"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런종섭' 용산 자충수되나

박소희 2024. 3.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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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종섭 출국에 다시 떠오르는 '윤석열 정권 심판'... 여권은 "야당이 악용"

[박소희, 유성호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을 강행하면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도 이를 계기로 정권 심판의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13일 오후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시 용산구를 찾아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은 총체적인 국정문란 행위"라며 "(채 상병이) 억울하게 죽은 것도 문제고, 진상규명도 중요한 과제인데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노력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처벌하고 있다. 심지어 진상을 은폐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를 국가권력을 총동원해서 해외로 도피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진상을 반드시 규명할 뿐만 아니라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이번 총선일 수 있다. 채 상병 사건은 정말로 많은 측면에서 이 정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 이재명 “채 상병 사건은 총체적인 국정문란 행위” ⓒ 유성호

민주당이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처음 선보인 '국민참여선대위원장'도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알리는 데에 힘써온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채 상병과 함께 수해 복구 현장에서 급류에 휩쓸렸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장병 어머니의 편지를 대독한 뒤 "정권의 비호 아래 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하는 모습이 뉴스에 나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허탈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국가 권력이 장난 같은가"라며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Run)종섭'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취재진을 만난 이 전 장관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고 했다.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말"이라며 "법과 원칙의 마지막 수호자처럼 행세하더니 뭐가 무서워서 이렇게 무리한 도피고속도로를 깔아줬나"라고 비판했다.

'도피 논란' 자초한 용산... "'한동훈 효과' 실종될 것"
 
▲ 민주당, 이종섭 특검법 제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이용선 외통위 간사(왼쪽), 유동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종섭 특검법을 의안과에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격노'에 따른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조직적 사건 은폐 및 수사 외압 의혹이다. '주연 윤석열'이 호명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게다가 지난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채 상병 특검법'은 4월 3일이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여권으로선 여러모로 확실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다만 민주당의 공천파동 등으로 인해 한동안 '채 상병'이란 이름은 정국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총선 본선에 돌입하는 시점에 다시 '채 상병'을 호출해낸 것은 여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의 반대에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10일 오후 취재진을 피해 기습적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급기야 호주 ABC방송사는 이번 논란을 보도하며 "(양국 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종섭 전 장관 대사 임명 강행을 "'한동훈 효과'가 없어져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그동안은 개인적인 호감도도 꽤 상승시키고, 민주당의 공천잡음이 굉장히 데시벨이 높아서 반사이익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기자 질문에 답을 피하는 등) 오히려 정부 입장을 그대로 옹호하고 있고, 그래서 이 사건 때문에 '초록은 동색'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여론조사전문가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채 상병 사건은 대통령실과 여당에게 매우 안 좋은 이슈이고, 야당으로선 목소리를 높일 만한 사건"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실이 도화선에 불을 질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종섭 사건에 청년들이 반응한다"며 "청년들이 투표장에 많이 가면 여당이 분명 불리하다"고 했다. 또 외신들이 이 사안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은 여권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은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돌아와서 수사·조사를 받는다"며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같은 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선거에 악용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호주대사로 부임 예정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 회원들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외교관 출국장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외압 범인도피, 범죄은폐 저지 긴급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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