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늘 총선 출마한 듯 살았다…이젠 웃기는 일 하고싶어"
방송인 김제동이 13일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책은 30만부가 팔린 『그럴 때 있으시죠?』 이후 8년 만에 나온 에세이다.
책은 김제동이 집에서 살림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만나면서 그들과 나눈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자신의 책에 대해 “(키우는) 개와 저랑 같이 밥 나눠 먹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작이 사회적 문제에 천착했다면, 이번 에세이는 개인의 일상을 주로 다뤘다. 밥 먹고, 싸고,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웃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플라스틱 큰 바가지에 콩나물·두부·찬밥·고추장·참기름·무생채를 가득 넣어 가족들과 함께 먹던 ‘최고의 야식’ 비빔밥, 학생들과 구내식당에서 먹으며 한 말장난, 선배들에게 얻어먹었던 술, 3년 전부터 시작한 109배 절하기 등 소소한 일상을 책에 담았다.
그는 “8년 전에는 시선이 바깥으로 향했다.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이번에는 그 시선이 조금 안쪽으로 들어왔다. 시간도 흘렀고,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힐링할 여유가 없었다. 알아서들 잘 살겠죠”라며 웃었다.
책 제목을 직접 정했다는 김제동은 “제가 평소에 많이 하던 말이어서 정했고 여러분들도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내 말이 그 말’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출판사에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요즘 잘 지내시나요’를 밀었지만 그는 “김국진씨하고 제일 많이 쓰는 말이어서 그렇게 정했고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했는데 책이 나오고 나니까 제목이 좋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 발언을 자주 했고, 그로 인해 구설에 휩싸였으며 생채기도 많이 입었다. 한동안 방송을 쉬기도 했다.
자신이 만난 여러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았다는 김제동은 “‘왜 요즘 TV에 안 나오나’ ‘나도 알아 힘내’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고. 그냥 노려보는 분들, 밥 먹는데 욕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어느 순간 늘 총선에 출마한 듯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가는 게(보도되는 게) 그런 것들이다 보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거창한 담론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일깨우게 됐다. 김제동은 “사회 문제가 이제 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을 만나는 데 그런 게 장벽이 된다면 제가 했던 방식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시끄럽게 살고 싶다”면서 “지금 저에게 제일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과 만나고 경복궁에서 만난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는 강담사(조선시대 직업으로 이야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로서 ‘경복궁 역사 나들이’를 진행하고 있다.
김제동은 “제가 제일 잘하는 건 웃기는 일”이라며 “웃기는 게 너무 좋은데 그 일을 하는 데 방해되는 일이 그간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행동의 결과물이지만 그게 그렇다면 그런 부분들을 줄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웃기는 일을 하자, 지금 덧씌워진 걸 다 벗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 웃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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