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조력자"…적절한 규제 없이 산업 발전 없다
김강립 "타이트하되 기업 특성 반영해야"
임진환 "고강도 규제, 품질 보증해줘"
강성지 "DTx에 걸맞은 최첨단 규제 필요"
일반적인 산업계는 ‘규제 혁파’를 외친다.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산업은 정반대 양상이다.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원 확충을 요구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이는 제대로 된 규제 없이는 제품 출시가 불가능하고, 낮은 규제 수준은 오히려 제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규제과학센터는 13일 올바른 규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제1회 규제과학 미디어포럼’을 마련했다. 규제과학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과학 전문가 양성의 콘트롤타워로 2022년 세워졌다. 이에 더해 규제과학 연구 및 정책 지원, 파트너십 강화 및 경쟁력 제고 등 규제과학 생태계의 전반적인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미래 바이오헬스 산업을 밝히는 규제과학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강립 연세대 특임교수(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는 바이오헬스산업은 규제와 동반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과학이 성장해야만 산업도 커질 수 있다며 "규제과학은 문지기(gate keeper)보다는 조력자(enabler)"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규제 내재적"이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기 때문에 규제를 통과하지 않고는 제품이 시장에 들어올 수 없고, 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규제 완화는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는 기업 친화적이어야 하지만, 이는 기업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느슨한 규제는 아니다"라며 "국제적 수준의 엄격함을 유지하되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올바른 규제의 방향을 짚었다.
‘1호 국산 디지털치료기기(DTx)’로 불면증 DTx 솜즈를 개발한 에임메드의 임진환 대표는 "규제과학과 관련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솜즈가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식약처와 정부 유관기관의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와 규제혁신 지원으로 국내 첫 DTx를 신속히 허가받고 지난 1월 첫 처방까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솜즈는 지난 1월 9일 첫 처방 이후 처방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임 대표는 대표적인 지원 사례로 식약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 신설을 꼽았다. 식약처는 2021년 DTx와 AI 의료기기 등을 관할하는 전담 부서인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를 만들었다. 임 대표는 "규제와 지원은 창과 방패 같은 관계"라며 "식약처가 부서 신설을 통해 인허가에 많은 도움을 줬고,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제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제의 기준이 높은 건 상관없다"며 "오히려 이를 뛰어넘으면 효능을 인정받아 다른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버팀목"이라며 고강도 규제를 통해 품질을 보증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대표는 규제 진행의 속도는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시간은 규제의 시간과 달리 흘러간다"며 "기업의 시간은 길지 않은 만큼 시간에 대해서는 비우호적인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불면증 DTx 슬립큐어를 개발한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최근 빨라지고 있는 AI 등 기술의 발전에 맞춘 규제당국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AI는 AI로 관리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각종 규제 위원회에 중립적일 수 있는 AI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DTx가 ‘디지털’이라는 특성을 가진 만큼 이와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추가 업데이트, 오류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DTx는 시 진짜 환자의 데이터만을 수집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처방 후에도 계속해서 환자들을 관리하면서 사실상 실시간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규제가 이런 것들을 담아주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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