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활동 내려놓고 목회자의 길로... ‘순종’의 의미 찾았죠”
“하나님이 허락하신 때 크리스천 기획사 설립하고파”
“예수님이 성경을 통해 보여주신 건 순종과 섬김이에요. 그걸 배우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박영열 목사가 지난날을 회상하는 목소리엔 옅은 웃음기가 담겼다. ‘좋아 좋아’ ‘인형의 꿈’ 등을 부른 남성 듀오 일기예보 멤버 나들로 유명한 박 목사는 2009년 목사 안수를 받고 2년 전 엔터교회를 개척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교회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하나님이 하셨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크리스천의 이성 교제와 관련해 목사님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지난 행실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회개하게 됐다. 예수님을 만나고 나니 성경이 놀랍고도 재밌는 책이 됐다.
박 목사는 “그간 모르고 살던 창조의 신비, 세상의 이치가 깨달아지며 복음 전파라는 사명에 불타오르게 됐다”고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복음을 영접한 그는 음악으로 전도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당시 활동하던 팀으로서는 원하는 방향의 음악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그는 팀 활동을 내려놓았다. 지속적으로 앓던 간 질환이 간경화로 발전되면서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들과 전라북도 진안 마이산으로 내려가 요양 생활을 시작했다. 시골 생활 3년이 되던 해 그는 꿈에서 예수님을 만나 목회를 하라는 응답을 받고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2006년 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에 입학해 크리스천 연예인 모임에 나가게 된 박 목사는 그 과정에서 크리스천 기획사에 대한 비전을 품었다. 그는 “돈 문제로 상처받는 크리스천 연예인들을 보면서 비즈니스가 아닌 사역으로 일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대중음악을 다루는 크리스천 사역공동체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3년 뒤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음악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면 공동체를 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10년도부터 음악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간이식 수술을 받고 몸이 회복되던 시기였다. 팀 활동을 하던 십여 년 전과 달리 그는 홀로 낯선 음악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새 음원을 준비하고 발표했다. 알고 지내던 PD들은 사라졌고 여기저기 CD를 돌렸지만 방송국에선 그의 음악을 틀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7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크리스천 기획사의 꿈이 자신의 우상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방법으로 간 게 아니라 내가 계획하고 주도해서 갔기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어려워졌어요. 제 비전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걸 이루는 방법이 잘못됐던 거예요. 내가 했던 순종이 사실은 진정한 순종이 아니었던 거죠.” 그는 하나님께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님, 음악이고 뭐고 필요 없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만 하고 살면 되는 종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일을 하게 해 주세요.”
기도 끝에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이 속한 교회 가정 일터에서 일하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보다 충실하게 가정에 시간을 쏟으며 아내를 도왔고 교회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봉사했다. 청년부 찬양팀 리더를 거쳐 소그룹인 목장의 리더로 섬기며 목양의 보람과 기쁨을 알게 됐다. 그즈음 ‘싱어게인’ ‘복면가왕’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에 차례로 섭외되면서 음악 활동의 길도 다시 열렸다. 박 목사는 “7년간 방송국을 다닐 때는 내 힘으로 잡은 방송이 거의 없었다. 다 하나님의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2016년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는 학생들과 음악 하는 후배들이 집에 초대해 대접했다. 그렇게 3년을 함께 지내고 나니 한 명 두 명씩 교회에 나오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렇게 일곱 명을 전도하며 엔터교회가 탄생했다. 현재 주일마다 5개 목장이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박 목사는 “여전히 크리스천 기획사에 대한 비전을 놓지 않았지만 아직은 하나님의 때를 잠잠히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 땅에 순종과 섬김의 모범을 몸소 보이신 예수님처럼 가라 하시면 가고 서라 하시면 서는 주의 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사역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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