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병상 기준 축소하나, 정부 "1,2,3차병원 역할 분명히 구분"

신성식 2024. 3. 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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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13일 민간에 개방중인 국군대전병원에서 군 의료진과 장병 등이 헬기로 이송된 환자를 응급실로 신속히 옮기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가 1,2,3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나누는 작업에 착수했다. 크고 작은 병원이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뒤죽박죽 체계'를 이번에 손보겠다는 뜻이다. 이의 일환으로 필수의료에 특화된 2차 의료기관을 육성하고, 동네의원의 병상 기준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한덕수 본부장은 13일 회의를 주최해 이런 방안을 공개했다. 의료기관 규모별 역할 제자리 찾기 방안이다. 1차 의료기관은 동네의원, 2차는 중소병원이나 지역종합병원, 3차는 47개의 상급종합병원을 일컫는다.

지금은 2차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양성종양 수술, 척수·관절 등의 수술을 상급종합병원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상급병원이 중한 환자를 치료한 뒤 2차 병원으로 내려보내 사후 관리를 해야 하는데, 계속 붙들고 있기도 한다. 일부 고혈압·당뇨병 환자도 합병증이 심하지 않으면 1차 의료기관이 맡아도 되는데 2,3차 병원이 담당한다. 동네의원이 입원 병상(최대 29개)을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은 19개 병상 이하를 보유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유럽 같은 데는 동네의원이 병상을 가진 경우가 거의 없다. 동네의원은 가정의사·주치의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날 1~3차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 기능에다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을 권역 필수의료 중추기관으로 육성하고,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진료병원으로 개편한다. 삼성서울·울산대·인하대병원이 1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시도하고 있다.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지역종합병원으로 보낸다. 2,3차 병원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2차 의료기관의 역량은 대폭 높이고 역할을 강화한다. 3~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병원으로 육성해 이들이 몇 개 시·군을 아우르는 중간 규모의 진료권을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다. 수가 인상도 뒤따른다.

2차 의료기관의 핵심인 전문병원을 튼튼하게 만든다. 전문병원이란 심장·뇌·수지접합(절단된 손가락 접합) 등의 19개 분야를 담당하는 강소병원을 말한다. 109개 병원이 있다. 경증 외래환자 비율이 일정한 선을 넘지 못하는 등의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정부가 지정한다. 연간 평균 3억원의 질 평가 지원금, 평균 4000만원의 관리료 지원이 전부다. 그동안 "정부가 지정해 놓고 일반병원과 다름없이 취급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정부는 전문병원을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고난도 기관으로 특화하되 이른 시일 내에 상급병원 수준으로 수가를 올릴 예정이다.

동네의원은 본래의 기능인 예방과 건강관리 분야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환자의 초기 증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인근 동네의원의 진료 협력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한다. 또 의원의 본래 기능에 부합하도록 병상과 장비 기준 등 제도를 합리화한다. 의원이 보유한 병상이 제 기능을 하는지 등을 따져보고 개선안을 찾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해 세부적인 협력 계획을 제출할 경우 이를 평가해서 선정한다. 3~4개 네트워크에 3년간 최대 500억원 규모의 필수의료 체계 강화 사업비를 지원한다.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의료이용체계로 전환한다. 종이로 된 진료 의뢰서를 환자가 갖고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대신 1,2차 병원의 의사가 가장 적합한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의뢰하는, '시스템 의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들고 가는 방식 대신 의사가 의뢰하고 진료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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