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AI 가전’ 전쟁...세탁기로 전화받고, AI가 화질도 끌어올린다

박해리 2024. 3. 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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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언박스 & 디스커버(Unbox & Discover) 2024' 행사에서 2024년 TV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3.13/뉴스1

침체에 빠진 가전업계가 인공지능(AI)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결혼율도 하락세라 가전 시장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똑똑한 두뇌를 이식한 TV·세탁건조기로 새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TV 신제품 론칭 행사 ‘언박스 & 디스커버 2024’를 열고 2024년형 네오 QLE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AI TV’시대를 선언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삼성TV가 가진 최고의 기술력을 모아 본격적인 ‘AI TV 시대’를 열겠다”라며 “TV가 집안의 여러 기기를 하나로 묶는 ‘AI 홈’의 중심이 돼 제품 간 시너지를 높이고 한 차원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TV·세탁기에도 갤럭시AI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이 11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하고 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과 건조가 한 번에 가능하며 세탁 후 건조를 위해 세탁물을 옮길 필요가 없어 설치 공간 효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세탁용량 25kg, 건조용량 15kg으로 킹사이즈 이불 빨래도 가능한 국내 최대 건조용량의 올인원 세탁·건조기다. 뉴스1
TV 신제품 발표였지만 하드웨어보다는 TV 속에 탑재된 AI 프로세서의 성능을 강조해 소개했다. 2024년 네오 QLED 8K TV에는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이 프로세서는 전작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갖췄다. 저해상도 화질의 영상도 이 TV를 통해 보면 8K급 화질로 자동 업그레이드 된다. 백광선 VD사업부 프로는 “마치 최고의 쉐프 512명이 그 어떤 재료로도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구조”라며 “(AI 프로세서는) 어떤 화질의 영상도 그 특성을 인식, 선명하고 부드럽게 다듬어 최대치의 화질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사운드 기술에도 AI를 적용, 콘텐트마다 다른 음량 차이를 감지해 배경음 등에 다른 소리에 묻히지 않고 대화 내용을 또렷하게 들려준다. 집안에서 청소기 소음이 발생하면 소리를 자동으로 키우기도 한다. 삼성의 보안 솔루션 ‘녹스’로 보안 기능을 강화했으며, AI로 전력 사용도 최적화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선 지난 11일에도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비스포크 AI콤보’ 브리핑을 개최하고 자사 신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에만 3년을 쏟아 부었다며 올해의 야심작으로 꼽은 이 세탁건조기에도 AI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무형 삼성전자 DA(가전)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쓰인 고사양 칩을 비스포크 AI콤보에 탑재했다”라며 “AI가 세탁량과 재질, 오염도를 감지해 옷감 손상을 줄이고 물도 절약한다”라고 말했다. 세탁기의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전화나 문자를 수신하거나 날씨 확인, 영상 콘텐트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의 가전 경쟁력은?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삼성전자 VD·DA사업부는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4분기에는 50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6600억 달러(약 868조 2300억원)이던 세계 가전 시장은 2022년 1.5% 역성장 했다. 지난해에는 6900억 달러, 올해는 7200억 달러 규모로 역성장은 벗어났지만 그 성장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전사업부를 직접 이끄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AI 기반으로 가전의 사용성을 높여 부진한 가전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AI스마트 TV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11.5% 성장(스카이퀘스트)가 예상되는 등 AI 가전에서 만큼은 새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갤럭시S24로 ‘온디바이스AI 폰’ 시장을 선도한 삼성전자는 가전에서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가전 제품에 AI 기능을 넣는 건 타 업체들도 시도하는 트랜드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 AI 스마트폰과 가전의 연결성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폰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가 여러 가전 기기 간 정보를 통합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 등은 스마트폰 사업을 함께하는 삼성 가전만의 강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 수 없다” LG전자의 맞불 작전


LG전자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끝판왕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판매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인테리어 모습.연합뉴스
LG전자도 이날 AI 성능을 강화한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QNED TV를 국내에 선보이며 AI 가전 경쟁에 불을 지폈다. LG전자는 올레드 에보(M4·G4) 시리즈에 알파11 프로세서를 적용, 전작보다 그래픽 성능과 프로세싱 속도를 각각 70%, 30% 향상시켰다. 넷플릭스,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트의 화질도 실시간으로 개선하는 기능을 갖췄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배경음에 묻힌 등장인물의 음성을 선명하게 보정하는 기능도 처음 적용했다.

기존 시그니처 모델보다 가격을 250만원가량 낮춘 일반형 세탁건조기도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LG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고급형 ‘시그티처 트롬 워시콤보’의 출하가는 690만원으로 비슷한 컨셉의 삼성전자 비스포크AI 콤보(399만9000원)와 가격 차가 컸다. LG전자는 “딥러닝 AI DD모터를 탑재해 6가지 모션으로 맞춤 세탁·건조를 해준다”라며 “‘가전은 역시 LG’란 명성에 맞게 옷감 손상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조를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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