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릉서 꽃눈 터진 벚꽃, 평년보다 16일 빨랐다…벚꽃 축제 앞둔 지자체의 고민
벚꽃이 이른 개화를 준비하는 걸까. 기상청은 지난 8일 북강릉 벚나무 관측목에서 올해 첫 발아를 확인했다. 평년보다 16일, 지난해보다 하루 이른 기록이다. 이어 12일에는 목포에서도 벚꽃이 발아했다. 평년보다 5일 빨랐다.
발아는 초목의 눈(꽃눈과 잎눈)이 터져 꽃잎과 잎이 보이는 현상이다. 기상청은 관측목에 난 눈의 20% 이상이 이런 상태일 때 발아한 것으로 본다.
벚꽃 개화는 발아 후 짧게는 4일, 길게는 보름 남짓 걸릴 수 있다. 지난해 북강릉은 3월 9일 발아 후 26일에 개화해 17일이 걸렸고, 서울은 3월 21일에 발아해 사흘 만인 25일에 벚꽃이 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날씨나 일조량 등 현지 상황에 따라 발아와 개화 사이 기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벚꽃 없는 축제' 악몽에, 시기 앞당겼지만
이에 벚꽃 축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보다 축제 일정을 앞당겼다. 국회의사당 앞 윤중로 벚꽃 축제를 준비하는 서울시 영등포구는 올해 3월 29일에 벚꽃 축제를 시작해 4월 2일까지 열기로 했다. 지난해 축제(4월 4일~9일)보다 6일이나 앞당겼다. 진해군항제도 지난해보다 이틀 이른 3월 23일~4월 2일에, 정읍 벚꽃 축제도 지난해보다 사흘 이른 3월 28일~4월 1일에 열리는 등 대부분 축제 일정이 며칠씩 앞당겨졌다.
지자체 축제 담당자들은 "일정을 정하는 데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벚꽃이 평년보다 보름가량 빨리 피면서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치러야 했던 악몽을 겪었기 때문이다. 벚꽃 명소에 미처 안전요원이 배치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춘객이 몰려 부랴부랴 지자체 인원을 투입하는 일도 있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지난해엔 벚꽃 축제가 시작될 때 이미 벚꽃이 지고 있었고 비까지 내리며 벚꽃이 우수수 떨어졌다"며 "올해는 한국 일본 기상 정보, 벚꽃 예측을 종합하며 고심을 거듭해 3월 말로 날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내륙 지역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도깨비 같은 봄 날씨가 이어지자 축제를 앞둔 담당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정읍시 관계자는 "날짜를 앞당겼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혹시 너무 이른 날짜를 택한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축제 기간에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벚꽃 개화, 올해도 평년보다는 이를 듯"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올해 벚꽃은 지난해 만큼은 아니더라도 평년보다 빨리 필 것으로 본다"며 "발아 이후에도 날씨나 여러 조건에 따라 개화까지는 좀 더 걸릴 수 있어 아직 며칠이나 빨리 개화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월 ‘반짝 추위’가 벚꽃 개화에 나쁜 조건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꽃의 발아와 개화 과정에는 ‘저온요구도(일정 수준의 낮은 기온)’라는 게 있어, 추위가 찾아온 뒤 따뜻해지면 발아·개화가 더 잘 일어난다"며 "기온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일시적인 오르내림이 심할 경우 개화 시기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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