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안 팔려 버려, 빚만 는다” 40년 과일상 한숨

정신영 2024. 3.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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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의 한 과일가게.

4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상인 김모씨에게 배 20개가 든 15㎏짜리 박스 가격을 묻자 '12만원'이란 답이 돌아왔다.

사과 한 박스 가격도 1년 만에 3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참을 망설이던 원모(61)씨는 "예전엔 사과 한 박스 살 돈으로 요즘은 한 봉지를 겨우 산다"며 "남편이 매일 사과 한 개를 먹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는 반 개로 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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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배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불러세우고 있다. 윤웅 기자

13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의 한 과일가게. 4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상인 김모씨에게 배 20개가 든 15㎏짜리 박스 가격을 묻자 ‘12만원’이란 답이 돌아왔다. 1년 전 가격 3만원과 비교해 값이 4배나 치솟은 것이다.

사과 한 박스 가격도 1년 만에 3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씨는 “치솟은 과일값에 손님도 줄면서 도매로 가져오는 물량을 지난해보다 5분의 1로 줄였다”며 “이제 정말 한계다. 두 달 전 카드 대출까지 받았는데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사과와 배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 고충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명절 아니면 엄두도 못 내는 과일이 됐다”고 푸념한다. 흔한 과일이 비싼 가격 탓에 식탁에서 맛볼 수 없는 사치품목이 됐다는 것이다.

과일값 고공행진은 상인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는 과일이 창고에서 썩어가면서 오랜 기간 이어온 장사를 접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신원시장에는 한창 장사가 이뤄져야 할 시간에도 불이 꺼진 과일가게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30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50대 윤모씨는 “물가도 치솟고 임대료도 1년에 한 번씩 계속 오르다 보니 지금 들어오는 사람 중에는 3년 안에 도로 나가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만난 70대 상인도 “서민들이 사과 한 알에 4000~5000원을 주고 먹겠느냐. 제사용 말고는 아예 나가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과일은 그날그날 팔리지 않으면 썩어서 버려야 한다.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접은 상인도 많다”며 “원래 7월까지는 사과가 주력 품목인데 다들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과 10kg 도매가격이 사상 첫 9만원대를 돌파한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윤웅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71.0% 올랐다. 1999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70%를 넘겼다. 배는 61.1%로 1999년 9월(65.5%) 이후 24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된 가격 탓에 지난 설 명절 이후 사과와 배를 접하지 못한 소비자도 적지 않다.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설 명절 당시 딸 가족이 와서 사과를 산 뒤로 한 달 넘게 먹지 못했다”며 “이제는 너무 비싸서 손주가 와도 못 준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장을 보던 부부도 “사과나 배는 우리 돈으로 못산다. 자식들이 가끔 사다주면 아껴서 먹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농산물 유통마트의 사과 판매대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박스째로 담아 파는 사과를 찾는 손님은 없고, 작은 봉지에 담긴 사과를 찾는 이들만 간간이 있었다.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참을 망설이던 원모(61)씨는 “예전엔 사과 한 박스 살 돈으로 요즘은 한 봉지를 겨우 산다”며 “남편이 매일 사과 한 개를 먹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는 반 개로 줄였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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