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합의 없다” 단호한 정부에 의대 교수들 ‘도미노 사직’ 결의

채혜선, 남수현 2024. 3.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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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의대와 전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대에 이어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 카드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대 교수들이 제안한 증원 1년 연기나 증원 규모 축소 등에 대해선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9개 의대 교수 비대위 “15일까지 사직 여부 결정”


13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 등 전국 19개 의대 비대위는 전날(12일) 오후 온라인으로 1차 총회를 열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를 출범하기로 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이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회의 후 낸 자료에서 “이달 15일까지 각 대학교수와 수련병원 임상 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서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직한 전공의에 대한 사법 조치가 현실화하면 교수들도 병원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대학별로 사직에 대한 의견을 모은 다음 오는 15일로 예정된 2차 총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에 합류하는 의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의 진짜 붕괴가 올 것”이라며 “정부가 이들이 복귀할 수 있는 협상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 한 의대·병원 교수회 비대위원장은 “가르칠 학생이나 전공의가 없는데 사직 안 할 수가 없는 환경이 됐다는 공감대가 교수 사이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정부 “환자 떠나면 국민 잃게 될 것”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사직 시점은 오는 18일 이후가 유력하게 꼽힌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처음 낸 게 지난달 18일이라 꼭 한달 후 시점을 사직서 제출 시기로 잡았다”고 말했다. 민법 660조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근로자)의 계약해지 통고 후 한 달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은 지난달 19일부터 본격화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다해도 수리될 가능성은 작다. 지난 4일 사직 의사를 밝힌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A씨의 사직서는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간곡히 만류 중”이라고 말했다. 한 의대 교수는 “사직서가 수리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교수들도 ‘보여주기식 쇼’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교수들의 의지 표현이다. 정부도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의 집단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날도 만남이 있었고 (교수들과) 지속 대화 중”이라면서도 “대화의 전제로 증원을 1년 연기한다거나 규모를 축소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언론대응팀장(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이틀 뒤 2차 총회에서 각 의대의 의견을 모아 사직서 제출 여부·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교수가 제자를 지키는 일은 당연하고, 환자를 지키기 위해서도 제자들이 필요하다. 이들 없이 환자를 지키라는 건 정부의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환자 단체 7개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나 1년 유예 제안은 정부에게 백기 들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며 “제자의 집단 의료거부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중증환자에게도 교수님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채혜선·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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