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목발 경품'에 '벌레' 발언까지... 국힘 "막말대장경 정봉주"
[곽우신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월 치러지는 제22회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 유성호 |
"'막말대장경' 정봉주 후보, 민주당 부실 검증의 표본이다."
국민의힘이 서울특별시 강북을 지역구 경선에서 승리한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연일 비판하고 나섰다. 'DMZ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이 채 진화가 안 된 상태에서, 이번엔 '유권자 벌레 비하' 논란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금태섭·안철수 등 정치인들을 향했던 발언들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의 과거 망언이 계속 소환되는 가운데, 여당은 자당의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설화 리스크를 희석하려는 듯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사과하고 나섰지만, 하나의 막말을 사과하고 나면 또 다른 막말이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유권자 향해 "벌레"... 당시 진행자의 지적에도 반발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월 4일, JTBC 유튜브 방송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했다. 그는 방송 중 태블릿PC로 실시간 댓글창을 확인하며 "왜냐하면 댓글을 봐야 한다. 이게 벌레가 많이 들어왔나, 진보가 많나, 보수가 많나"라고 말했다. 진행자는 "벌레가 뭡니까, 또"라며 "언어 좀 곱게 좀 써주시라"라고 요구했고, 당시까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원회 의장 역시 "방송에 집중하시라, 제발"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왜? 이게 막말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막말이 아니다, 벌레가"라는 주장을 폈다. 진행자는 "사람들이 말 험하게 쓰면 벌레냐?"라며 "약간 막말에 가깝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이 "바퀴벌레 딱 나오면 벌레가 나왔다고 하지"라며 자신의 말을 정정하지 않자, 진행자는 "또 말장난하신다. 사람을 그렇게..."라며 넘어갔다. 방송 도중 진행자가 여러 차례 지적을 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
이 발언이 다시 회자되자, 국민의힘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13일 오후 "비교적 최근인 지난 1월 4일 정 후보는 한 유튜브에 나와 국민을 '벌레'로 표현했다"라며 "사회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되레 '이게 막말이냐'라며 너스레를 떨며 잘못의 인지조차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어떻게 국민을, 유권자를 '벌레'로 칭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문제 제기다.
이어 "과거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지 않으며 심지어 불교 신도들을 향해서도 서슬퍼런 모습으로 욕설을 한 것도 모자라, '내 얼굴 쳐다본 인간들 각오하라'는 식의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이 2013년 4월 보궐선거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자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 초청 강연에서 "결점을 공개하지 않아 완벽한 인간으로 주접을 떨다가 '노원병의 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 노원 XX"이라고 욕설을 했던 전력을 상기한 것(관련 기사: 정봉주 "완벽한 인간으로 주접 떨어" 안철수 겨냥? http://bit.ly/YXCJdU ). 또한 그가 불교계와 갈등을 겪던 당시 의 논란도 함께 짚었다(관련 기사: "내 말 틀리면 자승 원장이 나와 '생선향기' 고소해라" https://omn.kr/csby ).
신 부대변인은 "이 정도라면 가히 '막말대장경' 수준"이라며 "그 사람의 언행으로 본성을 알 수 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퍼부어대는 섬뜩하고 천박한 정 후보의 막말과 욕설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 끔찍함"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이런 막말꾼을 공천한 민주당의 책임은 너무 크다"라며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정 후보의 천박한 언행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친명'이라는 이유로 공천권까지 쥐여 준 것인가, 아니면 이 대표의 막말과 욕설의 전례로 막말꾼을 도저히 거를 수 없었던 것인가?"라고 화살을 돌렸다. "민주당은 부실 검증은 물론 막말꾼을 공천한 책임에 대해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시라"라고 요구한 것.
그는 "정 후보는 즉각 후보직을 내려놓고, 자신이 내뱉은 말로 상처받은 국민께 먼저 사과하시라"라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 4.10 총선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된 정봉주 전 의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 메시지. |
ⓒ 정봉주 페이스북 갈무리 |
정봉주 전 의원은 바로 직전까지 도마에 올랐던 'DMZ 목발 경품'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라며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적었다.
이는 2017년 6월 14일, 정 전 의원이 본인의 유튜브(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한 발언이 회자되자 재차 사과에 나선 것이다. 당시 그는 "DMZ에는 멋진 것이 있잖느냐, 발목지뢰"라며 "DMZ에 들어가고 경품을 내는 거다. 발목 지뢰를 밟는 사람들에게 목발 하나씩 주는 거다"라며 웃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12일 "화를 부르는 '입'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공격의 날을 세우더니, 등잔 밑이 어두웠다"라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2015년 목함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두고서 나온 발언으로 의심될 만한 상황이기에 비뚤어진 국가관은 물론 우리 국군 장병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막말과 욕설 가득한 정 후보의 언행을 보고 있자니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총선에 나선 후보의 가치관과 인식이 끔찍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봉주 후보는 과거 유튜브 콘텐츠를 전부 삭제한 상태라고 한다. 그런다고 해서 국민들의 기억에서까지 삭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 전 의원의 사과가 나온 13일에도 "최근 막말 망언 논란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SNS에 남긴 입장은 사과 몇 줄이 전부"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가장 큰 차이는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행동의 실천이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녹색정의당은 논란이 된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세동 부대변인은 "다리를 잃은 국군 장병의 심정을 생각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웃음거리로 소비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성추행 가해자여도, 다리를 잃은 국군 장병의 목발을 비웃는 자여도 '친명이면 다 오케이'라는 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국민의힘에 도태우·장예찬이라는 막말 후보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정봉주라는 막말 후보가 있다. 세 후보 모두 공당의 후보 자격 없다"라고 힐난했다.
이재명 "사과드렸고, 많은 세월 지났다"라며 국민의힘 망언 지적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3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찾아 기자회견을 한 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선 우리 민주당 후보 한 분이 과거 아주 오래 전에 특정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본인 당시 이미 발언 직후 사과했고, 그 영상도 즉각 내려놨다"라며 "잘못했지만 사과드렸고, 많은 세월이 지난 점을 양해부탁드린다"라고 답했다.
그는 "다시 사과 말씀을 드렸다는 이야기도 오늘 오전에 보고받았다"라며 "이런 말실수, 과장, 잘못된 표현은 책임져야 마땅하다. 책임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대신 그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는 인재'라는 발언, 대전광역시 서구갑 지역의 조수연 예비후보의 '일제강점기가 더 좋다' 글, 대구광역시 중구남구에 공천된 도태우 예비후보의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을 열거했다(관련 기사: 성일종, '이토 히로부미' 발언 논란... 인재육성 예시? https://omn.kr/27o92 국힘 조수연 "조선 봉건 지배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좋았을지 몰라" https://omn.kr/27suj 국힘, '5.18 망언' 도태우 공천 그대로... "사과 진정성 인정" https://omn.kr/27sdk ).
이 대표는 "그런 발언들은 실수가 아니라 깊은 사고 속에서 나온 의식"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다.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당내 모든 후보들에게 '막말 시 강력 조치' 공문을 내려보내며 입단속에 나선 상황이다(관련 기사: 민주당의 '막말' 사전경고 "공천취소 포함 긴급징계" https://omn.kr/27sr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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