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쉰 35살 받아주는 곳 있을까"…취업 대신 '은둔' 택한 청년들
"사회적 갈등·구직 실패" 등 이유 밝혀
'취업 대신 방안을 선택했던 사람들'. 이른바 '은둔형 청년'들이 은둔 계기를 밝힌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는 5년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하고 사회적 고립을 선택한 5명의 청년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스스로 '1인분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며 고립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은 최근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5년 이상 취업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한 청년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방의 숫자만큼 고립의 이유는 다양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이들이 은둔하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A(28)씨는 대학원 지도교수와의 갈등이 은둔 계기가 됐다. 그는 "대학원 중퇴하고 법정 싸움까지 하면서 꺾여버렸다"며 "방 안에 스스로 가뒀다.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밥 먹을 때 말고는 방 안에 불을 꺼둔 채 계속 누워만 있었다"고 말했다.
B(30)씨는 "대외적으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었지만, 실상은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동기들이 대기업에 많이 가서 나도 당연히 갈 거라고 했는데 실패했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라고 하면서 안정적인 공무원을 할 거라고 했다. 그 자체가 회피였다"고 털어놨다.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11년에 달한다고 밝힌 C(37)씨는 "스스로를 취업 준비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보고 만화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하게 불어난 체중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공백기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져 사회로 나가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D(31)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했으나 2년 뒤 퇴사하고 11년째 취업 공백을 겪고 있었다. 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려고 공장 알바 등을 갔는데 일을 못 한다고 잘렸다”며 직장에서 겪은 부정적 평가와 반응이 트라우마가 됐다고 털어놨다.
E(33) 씨는 성폭력 범죄 피해 후유증으로 은둔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가) 식충이같이 느껴진다. 부모님 냉장고를 축내는 것 같아 죄책감이 심하다"면서도 "면접에서 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는 순간이 무섭다. 솔직하게 이유를 밝히면 써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무서운회사' 유승규 대표는 "게으른 애들, 배부른 애들, 방 안에서 허송세월 보내고 부모 등골 빨아먹는 애들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걸 원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며 "(은둔 생활이) 익숙해지는 관성이 발휘될 때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상황을 혼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깨달음이 필요하다"며 "주변 지인이든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영상에 등장한 청년 C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11년여의 은둔 생활에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두려움에 굴복해서 용기 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B씨와 D씨 등도 지금은 용기를 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립 기간에 스스로 무너진 터널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고 밝힌 E씨도 "누구나 살면서 터널이 무너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면 포기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이날 오후 기준 24만회의 조회 수와 1500개가 넘는 댓글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응원한다" "사회구조 전반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 나이에는 뭘 해야 하고,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힘들고, 이탈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공포도 크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편,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은 전체 청년 인구의 5%에 달하는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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