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건축 못지않네…리모델링, 규제 발 묶여도 공급효과 ‘톡톡’
조합원 실사용 면적 확대, 지하주차장 신설
전국 30만가구 규모, 리모델링 제도개선 제자리걸음
“과거 저밀도로 개발된 단지들은 재건축을 통해서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밀도 개발이 끝나고 고밀도로 개발된 단지들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과연 재건축이 유일한 대안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원 ‘둔촌 현대1차아파트’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공을 맡은 포스코이앤씨의 이원식 리모델링 담당 상무의 말이다.
이곳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더샵 둔촌포레’로 재탄생한다. 기존 지상 14층, 5개동, 498가구에서 지하 2층~지상 14층, 총 572가구 규모의 중형급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중 74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현재 공정률은 약 72%다.
여타 리모델링 단지와 달리 수직증축이 아닌 별동을 새로 짓는 방식을 택해 일반분양 물량을 크게 늘리고 조합원 부담을 낮췄단 점이 특징이다. 별동 신축 리모델링은 국내 첫 사례다.
일반분양분은 모두 3개동의 별동 신축 물량이다. 기존 전용 84㎡ 단일평형인 조합원 물량은 리모델링을 통해 전용 93~95㎡로 확대된다.
이곳 리모델링 현장 관계자는 “요즘 재건축 단지들 공사비와 비교하면 엄청 저렴한 수준”이라며 “공사비가 낮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다보니 조합원들 부담이 확실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분양 물량은 신축 별동에만 배정돼 있어서 평면이 세련되지 않다거나 천장고가 낮은, 리모델링 단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점들을 다 지웠다”며 “건폐율이 낮아 기존 조합원 물량도 앞뒤로 공간을 확장할 수 있었다. 똑같은 집인데 리모델링을 거쳐 기존과 집 구조가 달라지게 되니 조합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가구당 1대도 채 댈 수 없었던 지상 주차공간은 지하화해 가구당 1.2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종전 368대에서 703대로 크게 늘었다. 기존 동 엘리베이터를 지하로 연장해 지하주차장에서 모든 동이 직접 연결된단 점이 눈에 띄었다.
기존 아파트 단지에 없던 커뮤니티 시설도 신설된다. 실내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클럽, 사우나 및 키즈룸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기존보다 가구수가 늘어났지만, 동간 거리가 짧아 답답하단 느낌이 없었다.
서울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 관계자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중대형 단지들이 늘어난 만큼 일반분양분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향후 몇 년 안에 서울시는 물론 전국 주택 공급량의 상당부분을 리모델링 단지가 채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리협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137개(조합 76개, 추진위 60개)로 가구수만 11만가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더해 전국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264개(조합 153개, 추진위 111개), 30만가구에 달한다.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공급 정상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는 완화하고 있지만, 리모델링 관련 제도개선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규제는 상대적으로 더 강화됐다.
통상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 택하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은 1차 안전진단 이후 안전성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됐지만, 시에서 수직증축과 마찬가지로 2차 안전진단까지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늘어나는 가구수가 적은 대신 공공기여 부담이 없던 것이 장점으로 꼽혔으나, 공공기여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서정태 서리협회장은 “공급 부족 지적을 받는 서울에만 현재 500가구에서 3000가구가 넘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 중”이라며 “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인 리모델링 사업이 주택공급 활성화와 수요 증대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점차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상무는 “리모델링은 재개발·재건축과 비교해 커뮤니티 규모나 품질상 차이가 없다”며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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