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피치클락 도입' KBO리그, 일단 효과는 확실하다…시범경기 23분 단축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일명 '로봇심판'과 함께 피치클락을 도입한 KBO리그가 이번 시범경기에서 지난해 대비 평균 23분이나 빠른 경기를 치른 것으로 조사됐다.
KBO는 '팬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2024 시범경기부터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정식 운영하고 있고, 피치클락을 시범 운영 중이다. KBO는 13일 "공정하고 일관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통해 지속적인 심판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ABS는 12일까지 시범경기 19경기 동안 99.9%의 투구 추적 성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투구 추적이 실패한 사례는 중계 와이어 카메라가 이동 중 추적 범위를 침범해 투구 추적이 실패한 경우 등이 사유였다. KBO는 "시즌 중 급격한 날씨 변화, 이물질 난입 등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100% 트래킹 추적 성공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추적 실패 시 대응 매뉴얼을 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심판과 ABS 운영요원 교육을 통해 추적 실패에도 경기 진행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모든 준비를 다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일관적인 ABS의 도입으로 선수와 팬들이 판정 이슈 등 다른 요소가 아닌 경기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O는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ABS를 시범 운영하며 선수단과 심판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점을 개선해 왔다. 또한 KBO리그에 ABS 도입을 준비하며 각 팀 감독회의, 운영팀장회의 및 실행위원회를 비롯하여 전문가 자문회의, ABS를 경험했던 선수단 설문조사, MLB 사무국과 데이터 공유 및 논의 등을 통해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2024시즌 ABS의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했다. 이 같은 설정은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정이며, MLB 사무국이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 할 때 양 사이드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 등을 참고했다.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
상하단 높이는 각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 존의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했다.
경기 중 불필요한 시간 지연 최소화로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기 위해 시범 운영 중인 피치클락은 19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5건의 위반(경고)이 나왔다. 19경기 중 총 85건이며 투수 위반이 38건, 타자는 46건이었다.
LG 트윈스가 투수 위반 1번, 타자 위반 2번까지 총 3번으로 가장 적었고, 키움 히어로즈는 투수 위반만 10번, 타자 위반 5번으로 총 15번을 기록하며 가장 많았다. 삼성 라이온즈에서는 유일하게 포수 위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시범경기 첫날 39건, 2일차 21건, 3일차 16건, 4일차 9건(4경기)의 위반이 발생, 경기가 진행될수록 위반 사례가 감소하는 등 선수단이 규정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피치 클락 시범 운영에 따라 19경기 평균 시간은 2시간 35분으로 2023년 시범경기 20경기 2시간 58분과 비교해 23분 단축됐다.
KBO리그는 선수들의 피치클락 적응을 돕기 위해 올 시즌 시범경기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위반에 따른 제재는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투수판 이탈(견제 등) 제한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앞서 KBO는 리그에 적합한 피치클락 규정 적용을 위하여 지난해 KBO 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 조사 등 세부 지표를 분석하여 KBO 피치클락 규정을 확정했다.
투구 간 시간 제한은 주자가 루상에 없을 시 18초, 있을 시 23초를(MLB 기준 15초, 20초) 적용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타석 간)에는 30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 하며 포수는 피치클락의 잔여시간이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위치해야 하고,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수비측에는 볼, 공격측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피치클락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자의 타임 횟수는 타석당 1회로 제한되며, 수비팀에게는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피치클락 시범 운영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나,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주자가 있을 때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외에도 수비팀의 타임 요청, 허용되는 시간 외의 포수의 포수석 이탈·투수의 공 교체 요청 등도 투구판 이탈로 간주된다.
투구판 이탈은 타석당 세 차례까지 허용되며, 네번째 이탈 시에는 보크가 선언된다. 단, 네번째 투구판 이탈로 아웃을 기록하거나 주자가 진루할 경우에는 보크가 선언되지 않는다. 누적된 투구판 이탈 횟수는 한 주자가 다른 베이스로 진루 시 초기화된다.
다만 피치클락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투수 출신'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피치클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감독은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피치컴 없이 피치클락을 시행하고 있는데, 장비를 온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 운영을 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밝혔다.
최원호 감독이 언급한 피치컴은 사인을 교환할 수 있는 '전자 장비'로, 투수와 포수의 원활한 소통에 도움을 준다. KBO리그보다 먼저 피치클락을 선보인 메이저리그는 피치컴을 도입하면서 선수들이 피치클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KBO는 피치컴 없이 피치클락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피치클락을 경험한 류현진(한화)도 "피치컴을 사용하면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한다. (피치클락으로 인해) 사인을 교환할 시간이 부족한 것인데, 피치컴을 쓰지 못한다면 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현한 바 있다.
최 감독은 "피치컴이 있을 경우 빠르고 편하다고 하더라. (류)현진이도 '피치컴 없이 어떻게 피치클락을 시행하냐'고 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피치클락을 도입하지 말고 다 준비한 다음에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2군에서 1년이라도 운영해보고 보완할 건 보완한 뒤 바로 시작하면 된다. ABS는 2군에서 4~5년 정도 했으니까 1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데, 피치클락은 처음 도입되는 상황임에도 준비돼 있지 않다. 정식 도입 여부도 그렇고 주파수에 대한 이야기도 있더라"고 꼬집었다.
최원호 감독은 심판의 구두 경고 선언 때문에 오히려 경기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원호 감독은 "(선수들이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심판이 제재하는데, 이게 시간을 더 끈다. 갑자기 (선수가) 동작을 취하려고 하다가 심판이 구두 경고를 주지 않나. 시간 단축을 하자고 도입한 건데 엉뚱하게 운영자가 시간을 끄는 셈이 됐다. (구두 경고를 주는 시간이) 5초 이상 같은데, 그게 더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런 건 한 번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 역시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은 "전반기엔 시범운영이라고 하는데, 도입하지 않을 거라면 시범운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올해 절대 (피치클락을 정식으로) 도입할 수 없다. 전반기까지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 (피치클락을) 도입하길 원할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피치클락이 투수들의 홀딩 동작에 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공을 길게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투수들로선 좀 더 빠르게 템포를 가져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흔들릴 수 있는 요소가 더 많다"고 봤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타자들은 영향이 없다. 포수들의 경우 타석에 들어가는 게 좀 늦어서 한 번씩 위반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타자들과 똑같이 23초 안에 타석에 들어가다 보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닝이 시작할 때 포수 타순이라면 포수에 대해선 예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수들은 다른 야수들에 비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초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포수에게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KBO리그에 맞는 규정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하다 보면 메이저리그가 KBO리그를 따라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서라도 피치클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감독은 "게임이 길어지다 보니까, 분명히 단축시켜야 하는 건 맞다. 앞으로 야구가 인기를 계속 끌려면 길어지는 것보다는 짧은 게 낫다. 지금은 준비 과정인데, 언젠가는 꼭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타자들보다는 투수들에게 더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 감독은 "미국보다 한국 선수들이 루틴이 길긴 길다. 그런 부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만 조금 빨리 하면 된다고 본다. 타자의 경우에는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투수 같은 경우 경험 있는 선수들은 괜찮은데, 젊은 선수들은 (집중력을) 뺏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BO는 "피치클락 시범운영에 따른 각종 관련 통계와 팬들의 선호도,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정식 도입 시기를 최대한 빨리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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