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재허가 폐지·1조 펀드"…넷플 독주에 특단 대책
세제 혜택 늘리고 1조원대 민관 합동 펀드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방송광고 규제 완화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기업에 잠식되고 있는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늘리고, 1조원대의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한다. 유료방송 재허가제와 시장 점유율 제한을 폐지하는 등 낡은 규제 개선에도 나선다.
미디어·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의 작품에서 보듯 국내 콘텐츠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영화, 방송, OTT 등 미디어 산업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위원회는 업계와 논의해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모색했다.
제작비 세액 공제율 최대 30%먼저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기본공제율을 대기업은 5%,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로 상향하고 국내에서 지출된 비중이 높을 경우 대·중견 10%, 중소기업 15% 추가공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경쟁력 있는 대형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국내 제작사의 콘텐츠 IP 활용을 돕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1조원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조성한다. 올해 모펀드 2000억원, 민간자금 4000억원을 포함해 6000억원을 조성하고, 향후 5년간 1조원대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유료방송 재허가 폐지
위원회는 '최소 규제 체계'로 개편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유료방송 재허가제 폐지다. 그동안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는 7년 단위로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재허가를 받아야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3개월 이상 재허가 준비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유료방송의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되 재허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신고제로 완화하는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지상파, 종편·보도채널의 경우 허가·승인 이후 최대 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한다.
그동안 대기업·일간신문·외국인의 방송매체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던 것도 폐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까지 관련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케이블방송, IPTV의 시장 점유율을 전체 가입자 수의 3분의 1 이하로 정해놓은 규제도 없어진다. 대규모 미디어 사업자의 출현을 사전에 제한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저해된다는 판단에서다.
유료방송은 그간 70개 이상의 채널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었는데, 자율성 제고를 위해 이러한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해외 수입 프로그램 방송시간에 대한 일부 규제를 비롯해 오락프로그램을 매 반기 전체 방송시간의 60% 이하로 편성해야 하는 규제도 사라진다.
TV 광고 규제 완화…시장 활력 도모
TV 광고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중간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등 7개 광고 유형을 3개(프로그램 내/외, 기타광고)로 단순화한다. 새로운 광고유형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광고시간을 20% 이하로 제한했던 것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광고를 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시간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조제분유·조제우유 광고 금지 등 실효성이 없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소관 부처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와 연계해 국내 OTT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인력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기획-제작-유통 전 단계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을 강화하고 버추얼 스튜디오 등 첨단 제작 인프라를 확대한다. 혁신을 이끌어 나갈 창의융합형 전문인력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1만 명의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위기 극복과 산업 약진의 열쇠는 세계 시장 진출에 있다고 보고, 글로벌 진출과 신시장 선점을 위해서 총력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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