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거나 잃거나"... 현대차, 자율주행 향한 험난한 '외길 투자'
앱티브 자금 지원 끊기자… 1년 3개월 만에 '인력 감축'
홀로 남은 현대차, 투자 지속하나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와 합작해 세운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셔널'을 홀로 먹여살릴 태세다. 합작 투자자였던 앱티브가 올 초 돌연 자금지원을 관둔 이후 모셔널의 재정난이 심화되자 현대차그룹이 홀로 추가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자율주행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글로벌 기업들이 수조원의 비용 투자에도 불구, 성과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모셔널의 사업계획과 관련해 각각 독립적으로 검토 및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모셔널은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자동차 기술 공급업체 앱티브가 각각 20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로보택시 등의 상용화를 목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현대차그룹 3사의 이사회에서는 모셔널의 자금 수혈과 관련한 내용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셔널 역시 자체적으로 자금 수요와 관련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모셔널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셔널은 지난달 말 사내 공지를 통해 5%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2월 인력 10%를 감축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여기에 올해 1월 돌연 지분 절반을 가진 앱티브가 자금지원을 중단했다는 점은 모셔널의 재정난 우려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당시 케빈 클락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는 "더이상 모셔널에 자본을 할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모셔널 지분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줄곧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을 외쳐왔던 데다, 기아는 올 초 CES(국제 전자·IT 박람회) 2024에서 모셔널과 함께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기반 로보택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이사회에서 모셔널에 추가 자금 수혈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앱티브가 발을 뺀 이후 처음 이뤄지는 현대차그룹차원의 투자다. 사실상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자율주행 투자에 대한 방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문제는 모셔널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으로도 홀로 투자를 이어가야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개발 분야 특성상 수천억~수조원의 투자를 지속해야하는데, 단기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단 점도 부담 요인이다.
특히 최근 일찍이 자율주행 개발에 뛰어들었던 글로벌 업체들도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여서 추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다.
실제 10년간 자율주행차 개발에 매달렸던 애플은 최근 '애플카' 개발을 전면 중단했고, GM(제너럴모터스)도 지난해 말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CEO를 내보낸 데 이어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으로부터 공동 투자를 받았던 아르고AI는 폐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GM, 구글 등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기위해 수조원의 투자를 단행하며 일찌감치 뛰어들었던 글로벌 업체들도 최근엔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라며 "도로 위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기술이 있어도 쉽게 상용화를 하기 어려운 데다 관련 기술을 상용화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지 모르는 분야"라고 말했다.
앱티브가 발을 뺀 상황에서 우선 추가 지배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높인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모셔널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시장 분위기와 성과에 따라 사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의 투자 방향과 올해 CES2024, 신년사 등을 종합적으로 바라봤을 때 현대차가 모셔널을 쉽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모셔널이 개발한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작은 성과를 보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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