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받고 1년 내내 ‘거수기’ 대기업 사외이사들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yvlly@naver.com) 2024. 3.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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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억대 연봉을 받는 500대 주요 기업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90%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지난 8일까지 주주총회 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181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163곳(90.1%)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59곳(87.8%)보다 늘어난 수치다. 10개 기업 중 9곳은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보류·기관 포함)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셈이다.

총수가 있는 기업 164곳 중에서는 150곳(91.5%), 총수가 없는 기업 17곳 중에서는 13곳(76.5%)에서 100% 찬성률을 보였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은 99.3%로 집계됐다.

매출 기준 30대 기업 중 비상장사 등을 제외한 14개사로 좁혀보면 SK하이닉스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12개사(85.7%)가 사외이사 찬성률 100%였다.

이 중 사외이사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는 삼성전자(2억320만원)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했다. 현대차(1억830만원), LG전자(1억430만원), 현대모비스(1억280만원), 삼성물산(1억4620만원) 등 평균 연봉 1억원을 넘는 5곳의 사외이사들도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전년 대비 사외이사 1인당 평균 급여가 11.5%, 9.8%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금융지주(KB·신한·하나) 3곳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도 모두 100%였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매경DB)
안건 찬성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유한양행(90%)이었다. 전체 140표 중 찬성 126표, 보류 13표, 기권 1건으로 집계됐다. 유한양행은 타 법인 투자에 대한 안건 2개와 지분 매각에 대한 안건 내용 보완과 추가 설명을 요청하며 보류 의견이 제시됐다.

SK가 찬성률 90.7%로 뒤를 이었다. SK는 당시 장동현 대표이사와 조대식 사내이사에 대한 주식 매수 선택권 부여 등 안건 4개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했다. 정관 일부 변경 관련 주총 안건 상정의 건, 자회사 유상증자 참여 건 등에 대해서는 1명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한진(92.9%), 삼성중공업(92.9%), 엔씨소프트(93.7%), 네이버(94.9%), 한국전력공사(95.1%), 케이티(95.1%), 크래프톤(97.5%)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사외이사 이사회 출석률은 98.8%로 전년(96.9%)보다 0.9%포인트 늘었다. 다만 출석률이 90% 미만인 기업도 7곳이나 됐다. 출석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대한제강으로 72.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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