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첫 단독주연 권유리 “소녀시대로 3배속 삶, 인기 버겁기도 했죠”
권유리 스크린 단독 주연
고향집 집착하는 30대 역할
“20년 소녀시대가 제겐 집…
홀로서기 두려울 때 있었죠”
" “‘소녀시대’로서 제 10~20대는 보통 사람들의 3배속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해보지 못할 경험을 압축해서 경험했다는 게 축복이고 감사했죠. 하지만 그 속도나 너무 큰 인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 아이돌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변신한 권유리(34)의 고백이다. 독립영화 ‘돌핀’(13일 개봉)으로 첫 스크린 단독 주연에 나선 그를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극중 ‘돌핀’은 볼링에서 도랑에 빠졌던 공이 돌고래(Dolphin‧돌핀)처럼 튀어올라 볼링 핀을 쓰러트리는 걸 뜻한다. 작은 바닷가 마을 토박이인 주인공 나영(권유리)은 어머니(길해연)의 재혼으로 가족이 살던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우연히 접한 볼링을 통해 점차 용기를 낸다.
감정을 속으로만 삭이는 나영은 건강미로 글로벌 팬덤을 이끌어온 ‘소녀시대 유리’와 딴판이다. 대본을 여러 번 보며 감정 표현 방식을 고민했다는 그는 “비워야 새로운 게 들어오지” 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나영은 가족과 살던 집에 애착을 갖다가 어느 순간 집착하죠. 저한테는 그런 ‘집’이 소녀시대였어요. 소녀시대는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권유리’로서 새로운 2막을 열고 균형감을 찾아가고 있거든요.”
Q : -홀로서기 라는 변화를 겪고 있는데.
“마냥 설렐 줄 알았는데, 나영 같은 고민이 있었다. 변화에 서툴고 두려움이 많다. 소녀시대처럼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하고 안정적으로 머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지 않나. 새로운 걸 해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Q : -두려울 땐 어떻게 하나.
“최근 소녀시대 멤버들과 생일 파티를 했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길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는 위안이 됐다. 명상으로 마음을 다잡고, 많이 걷고, 운동하고, 최선을 다해 살면 언젠가 럭키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립영화 즐겨봐…생활감 위해 노메이크업 출연"
2007년 데뷔 후 ‘소녀시대’는 그의 삶이었지만, 최근엔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권유리도 2018년 솔로 음반 데뷔 후 ‘장사천재 백사장’(tvN), ‘더 존: 버텨야 산다’(디즈니+) 등 예능 고정멤버로 활동해왔다.
연기 보폭도 넓혔다. KBS 드라마 ‘못 말리는 결혼’(2007)을 시작으로 SBS ‘피고인’(2017), 영화 ‘노브레싱’(2013) 등에 출연한 그는 2019년 ‘앙리 할아버지와 나’로 연극 무대도 도전했다.
‘돌핀’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신인 배두리 감독의 초저예산 데뷔작이다. 그는 “오히려 제안이 반가웠다”면서 ‘파수꾼’,‘똥파리’,‘지옥만세’,‘믿을 수 있는 사람’ 등 재밌게 본 독립영화를 줄줄이 댔다.
'돌핀'의 따뜻하고 정감 가는 이야기에 힐링됐다는 그는 나영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다. 충남 서천에서 두 달의 촬영기간 내내 화장도 잊고, 입던 옷도 다시 입으며 주민처럼 지냈다. “영화를 본 윤아(소녀시대)가 ‘언니가 나영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하더라”며 활짝 웃었다.
Q : -단독 주연의 부담은 없었나.
“연기에 집중해 다 쏟아내다 보니 이후 일들은 이미 던져진 주사위란 생각이 들었다.”
Q :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연기가 힘들었을 텐데.
“정말 어려웠다. 뭔가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그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길 바랐다. 끊임없이 ‘제 감정이 전해졌느냐’고 제작진에게 확인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조금씩 중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사 '많이 참으셨네' 대사 소시 때 제 얘기"
발목을 삔 상태로 볼링에 매달리던 나영이 “많이 참으셨네” 하는 의사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은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왔다. 그는 “춤 연습을 하다 발목을 삐어서 더는 춤 추거나 힐을 신으면 안 되는데도 속상하고 억울해서 계속 연습했던 때가 있다. '많이 참으셨네'라는 의사의 말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때가 생각 나서 몽타주 신을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시절 몸에 밴 준비성은 연기의 자산이 됐다. 액션스쿨에서 공중제비‧옆돌기 배우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갑자기 경찰 역할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올해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가석방심사관 이한신’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팬들도 좋아해주는 선순환”을 원동력으로 꼽은 그는 “신구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며 “‘오징어 게임’ 같은 글로벌 작품에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유리는 “외롭거나 초라하게 느껴질 때 소녀시대가 큰 자부심”이라며 완전체 복귀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멤버들끼리 종종 얘기는 하는데 늘 대화를 끝맺질 못해요. 20주년, 25주년, 30주년 오랫동안 함께하길 꿈꿉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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