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새 시대의 새로운 채용 솔루션
이태규 두들린 대표
인재 10명보다 핵심 인재 한 명을 더 원하는 세상. 기업의 미래를 바꿀 핵심 인재를 자사 사무실에 앉히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때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줄 채용 솔루션이 바로 그리팅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공개채용(공채)을 통해 인재를 대거 선발하고 이들을 핵심 인재로 길러내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팬데믹을 기점으로 그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경영 불안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였고, 대신 처음부터 능력 있는 핵심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나섰다. 올해에도 대부분 기업이 수시채용으로 직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1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한 국내 기업은 71.3%였으며 이 중 ‘경력직 수시채용’을 진행할 것이라는 답이 72.5%로 가장 많았다.
바야흐로 수시채용 시대. 이제 기업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채용의 문을 열고,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소수의 인재를 찾아 나설 것이다. 또 접수된 이력서에 한정되지 않고 직접 인재를 발굴하고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사람을 비롯해, 버젓이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을 무슨 수로 다 찾아내고 검증할 수 있을까. 이때 필요한 툴이 바로 지원자 추적 시스템(Applicant Tracking Systems, ATS)이다.
ATS란 조직의 구인 공고, 이력서, 후보자, 고객을 정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인재 관리 소프트웨어로,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정보들을 분석해 직무에 적합한 후보자를 필터링해준다. 게다가 관리자는 면접 일정을 조정하거나 합격 통지를 보내는 등 여러 작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개선된다. 수시채용이 활성화된 미국 전체 기업의 40% 이상(큰 규모의 기업은 98% 도입)이 이미 ATS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 ATS를 가장 먼저 도입하고 상용화한 곳이 바로 두들린이다. 두들린은 변화하는 채용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본 이태규 두들린 대표가 2020년 문을 연 스타트업으로, B2B SaaS 기반의 솔루션 ‘그리팅’을 서비스한다. 이 대표는 “국내기업이 사용 중인 채용 소프트웨어는 공개채용을 목적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면서 “수시채용이 활발한 미국, 유럽의 사례를 살펴 ATS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2021년 1월 서비스를 론칭할 당시 구글에 ATS를 검색하면 한국어로 작성된 관련 문서는 단 한 개뿐이었다”며 “그마저도 한국에 ATS가 필요하다는 칼럼이었다”고 회상했다.
필요했던 시스템이 때마침 등장해서일까?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두들린의 최근 3년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SaaS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연간반복매출(ARR)은 2023년 5월, 전년 동기 대비 238% 신장했고, 고객수는 LG디스플레이, 카카오게임즈, 넥슨, 컬리를 비롯해 6129곳, 그리팅을 통해 입사 지원한 숫자는 누적 137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에 비해 63만 명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인재 소싱 관리 서비스 ‘그리팅 TRM’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두들린의 성장 동력이 되어줄 큰 규모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뮤렉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받은 106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다. 2021년 시리즈A(43억원) 투자 유치 후 14개월 만의 일로 투자업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지난 2월 13일, 강남에 있는 두들린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두들린을 통해 채용 문화를 개선하고 싶다”는 그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그리팅의 ‘킥’ 기능은 무엇인가.
A : 면접 진행 과정을 도와주는 기능, 채용 사이트 기능, 대시보드 기능이다. 하나씩 설명하자면, 우선 면접은 일정을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지원자와 면접관의 일정을 각각 조율해야 하는데 이 기간만 해도 일주일이 걸린다. 그리팅에서는 카카오톡이나 구글 캘린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한 명씩 순차적으로 일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다. 다음은 채용사이트를 각 회사의 입맛에 맞게 직접 제작하는 기능이다. 대부분 기업은 비영리 채용 페이지인 ‘노션’을 사용하는데, 제작이 간편하고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원자들은 ‘차별점을 느끼기 어렵다’, ‘대충 만든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 그렇다고 내부 엔지니어를 활용하거나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간편하되 특색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 빌더 형태로 이미지를 넣고 텍스트만 입력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콘셉트의 사이트가 뚝딱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대시보드는 각 사의 채용 현황이 상세히 기록되는 사이트다. 지원자 숫자부터 어떤 경로로 들어온 지원자가 많았는지, 어떤 경로로 들어온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고 합격했는지 등 각종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인다. 따라서 회사마다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하고 취합해 채용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Q : 새롭게 론칭한 ‘그리팅 TRM’은 무엇인가.
A : 회사에 지원하지 않은 후보자를 관리하는 서비스다. 회사가 후보자와 관계를 쌓도록 도와 결국 그 회사에 지원하고 선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 지원하지도 않은 예비 지원자를 관리하는 게 가능한가.
A : TRM은 Talent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다. 링크드인 같은 구인구직 플랫폼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려두면 헤드헌터나 리크루터에게 연락이 오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보통은 단발성으로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 체크한 후 관계가 끝나버리는 게 다반사라 이상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콜드 메시지를 통해 관계를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소식을 전하며 관계를 유지하다가 적당한 때가 됐을 때 영입해오는 장기적인 관점의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팅 TRM엔 인재풀을 관리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후보자들의 특징을 리마인드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론칭했는데 많은 회사가 관심을 보인다.
Q : 기업의 리크루터들이 결국 헤드헌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A : 맞다. 요즘 채용 담당자들은 ‘인재를 발굴해서 우리 회사로 데려오라’는 미션을 수행한다. 최근 기업들이 리크루터를 늘리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도 이 숫자를 대폭 늘려 50명 넘는 리크루터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안다.
Q : 국내에 ATS가 도입된 지 4년이 됐다. 얼마나 발전했나.
A : ATS는 쉽게 말해 지원자 관리다. 이력서를 평가하고, 면접 일정을 잡는 등 채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위한 툴이다. 1세대 ATS는 면접 일정 관리를 빠르게 해주는 등 오퍼레이션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2세대(현재) ATS는 지원자 경험에 집중한다. 수시채용 시대에 채용은 결국 영입 경쟁이다. 좋은 지원자를 노리는 회사가 우리뿐이 아닐 테니 말이다. 결국 채용 과정부터 지원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자는 데서 시작한 개념이다. 복잡한 서비스는 아니다. 회사 정보가 자세히 적힌 홈페이지, 간편한 지원절차, 제때 통보해주는 시스템, 면접 일정의 선택권을 지원자에게 주는 것 등이 있다.
Q : 그리팅의 첫 번째 고객이 누구였나.
A : 패스트파이브다. 이 외에도 오래된 고객사로 쏘카와 오늘의집이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인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투입 대비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광고 하나를 보고 사용하던 서비스를 갑자기 교체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소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 두들린의 초기 성장을 견인한 것도 바로 입소문이었다. 앞서 열거한 회사들이 감사하게도 서로에게 영업(?)해준 덕분에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Q : 최근 들어 채용 솔루션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중엔 ATS를 도입한 회사도 있을 텐데.
A : 서비스를 출시하며 채용 솔루션 시장을 전수 조사한 적이 있다. 기업들이 어떤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지를 알아보는 조사였다. 예상보다 해외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사가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그린하우스가 ATS 업계 1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쿠팡을 비롯한 몇몇 빅테크 기업이 그린하우스를 쓰고 있었다. 후발 주자보다는 우리 앞에 있는 선두 주자를 신경 쓰고 이들과 경쟁하려고 한다. 그리팅 출시 이후 그린하우스에서 넘어온 고객이 몇몇 있다. 대표적인 이유는 언어문제다. 해외 소프트웨어는 한국어 지원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용 솔루션은 각계 부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툴이기 때문에 언어적으로, UX적으로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채용 공정화법, 절차법 등 제도적인 측면을 해외 소프트웨어는 놓치는 경우가 있다.
Q : 계획 중인 새로운 서비스는.
A : 인재 재발굴과 관련한 기능이다. 우리 회사에 리크루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확보한 인재 100명에게 콜드 메일을 보낸다면 몇 명에게 답장이 올까? 안타깝게도 5명 안팎일 것이다. 답장이 오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리 회사나 직무에 관심이 없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다. 다행히도 관심도가 문제라면 그리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과거의 지원자 데이터를 다시 살펴 우리 회사와 핏이 잘 맞는 인재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이력서는 PDF 파일로 제출하기 때문에 검색 기능이 없는 파일의 특성상 아무리 이력서를 모아도 지원자를 검색하거나 분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린 AI 기술과 서칭 기술을 활용해 PDF의 정보도 손쉽게 검색하고 분류할 수 있다. 공고를 올리고, 홍보하고, 지원자를 모집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다 비용이다. 재발굴 시스템을 활용하면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Q : 피버팅을 거쳐 지금의 두들린을 만들었다.
A : 첫 아이템은 AI 면접 준비 서비스로, 이름은 아이엠터뷰였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서 만들던 서비스를 발전시킨 것이다. 각 회사의 면접 질문을 모으고 분석해 예상 질문을 뽑아보고, 면접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표정과 말투, 태도의 개선점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AI 기술을 적용해 정확성을 더했고 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나아가 챗GPT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서비스로 확장했다. 하지만 합격한 지원자(고객)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리텐션이 없는 사업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피버팅을 결정하게 됐다. 마침 코로나19로 채용 시장에 변화가 관측됐고 수시채용을 활발히 하는 해외 사례를 찾으며 ATS를 발굴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계 레전드 선배이신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와 인연이 닿았고 2주마다 조언을 들으며 두들린의 초기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창업 후에도 6개월까지 매달 대표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다. 감사하게도 우리 회사의 첫 투자자가 돼주셨다.
Q : 요즘은 어떤 조언을 구하나.
A : 투자를 받으러 다니며 많이 듣는 질문이 ‘회사를 왜 만들었는지’,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에 관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크고 좋은 회사’라고 답하곤 하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다.
Q :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는 어떤 곳일까.
A : 기본적으로 회사는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업무를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요새는 ‘일 잘하는 싸가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하더라. 회사를 기분 좋게 다닐 수 있어야 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동료가 도와줄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Q : 업무를 지속적으로 즐기려면 회사 차원의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A : 우선 내가 리더로서 실무진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자 한다. 4개월 정도 세일즈 팀에서 문제해결에 힘썼고, 현재는 신제품 개발 팀으로 옮겨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 직원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나름 노력 중이다. 한 명씩 만나 어떤 일을 할 때 힘들고 즐거운지를 들어본 후 그에 걸맞은 직무를 주곤 한다. ‘빠르게 성장할 때 즐겁다’는 직원에겐 도전적이지만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미션을 주고, 안정적인 커리어 패스를 갖길 원하는 직원은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식이다. 인원이 많아지면 중간관리자를 통해서라도 꼭 임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회사가 나서서 만들고 싶다.
Q : 사업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 우선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채용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취업에 대한 준비와 생각 등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부모 세대만 해도 명문대에 입학하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은 대학의 네임 밸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전문성, 경험, 관심도 등을 두루 평가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취업을 앞둔 시점에야 알게 된다. 그 전까진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공부만 하지 않나.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어떤 회사에 가면 좋을지 명확한 목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직업(직무)이 다양하고 그 직업을 갖기 위한 방법은 더 다양하다. 어릴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목표를 설정해 공부한다면 취업 문제는 물론 교육 문제까지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게 나와 두들린의 목표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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