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음란물 시청 금지...음란물과 전쟁 나선 서울시의회
버스 안에서 음란물을 보지 못하게 하고 공공도서관에 있는 음란 도서도 폐기한다. 또 음란물을 유포한 사람은 공공기관 채용을 제한한다. 서울시의회가 마련 중인 음란물·음란행위 관련 대책이다.
1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버스 운행 기준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서울 시내버스·마을버스 내에서 음란물을 시청하는 등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서울시의회, 음란물과 전쟁
현재 버스를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 이용할 때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면 벌을 받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지하철과 철도에서 승객에게 해로운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김동욱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강남5)은 “버스 이용 중 음란 행위나 영상 시청 등을 제재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며 “이번 본회의 통과를 계기로 향후 버스 안에서 음란물을 시청하거나 음란한 행위를 하면 제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미비하다. 지방자치법 28조에 따르면 자치단체가 법령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순 있지만, 주민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 벌칙을 정할 때는 근거 법률에 따라야 한다. 장훈 서울시의회 교통수석전문위원은 “철도안전법 등엔 벌금을 선고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엔 관련 규정이 없어 조례안 마련과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서울 관내 학교도서관·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음란도서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성교육 교재’로 알려진 일부 서적이 음란도서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혜영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광진4)은 지난달 26일 교육감 대상 시정 질문에서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음란도서가 꽤 여러 권 비치돼 있다”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 후 학교도서관운영위를 개최해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도 서울시 산하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음란물 유포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전력을 채용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지향 국민의힘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산하 6개 공기업 중 음란물 유포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채용 결격 사유로 규정한 곳은 없다. 심지어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조차도 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성폭력 사범도 서울시 공기업 채용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김지향 시의원은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도 서울교통공사 소속이었다”며 “공기업 채용 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제정
서울시의회는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도 마련 중이다. 조직문화진단 결과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성희롱 상담·고충 처리 창구를 운영하고, 행위자 징계 등 제재, 피해자 불이익 금지 조치 등을 담은 ‘서울시의회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을 이달 중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성 비위 의혹이 제기된 정진술 시의원(마포3·무소속)을 제명했다. 정 시의원이 징계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이를 기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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