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들이 언제 죽었더라, 맙소사" 특검 진술전문 공개

김형구 2024. 3. 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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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기밀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한 특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한 수사 보고서를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지난달 8일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하며 특검 수사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보(장남)가 죽은 게 몇 월이었지? 맙소사 5월 30일인데”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관련 특검의 조사 진술 전문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한국계 로버트 허 전 특검이 지난달 8일 바이든 대통령 수사 보고서를 통해 장남의 사망 연도와 부통령 재임 기간을 헷갈리는 바이든의 기억력을 두고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묘사해 인지력 장애 논란에 불을 댕겼는데, 한 달 뒤인 이날 조사 진술 전문이 공개됐다.

이틀에 걸쳐 5시간 진행된 조사 진술 전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부통령 퇴임 후 업무 문서를 어디에 보관했느냐는 허 전 특검 물음에 “잘 모르겠다. 2017년, 2018년인가. 그 당시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뚜렷이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장남의 사망 연도를 헷갈려 했다. 옆에 있던 백악관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알려주자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이 죽은 게 2015년인가?”라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게 2017년 11월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누군가 “2016년”이라고 알려주자 바이든은 “그러면 왜 여기 2017년 자료가 있는 것이냐”고 주위에 물었다. 곁에 있던 백악관 보좌관 에드 시스켈이 “부통령직을 마치고 나온 게 2017년 1월”이라고 알려줬다.

미국 백악관 기밀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사하면서 나눈 대화 녹취록 전문이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허 전 특검과 바이든 대통령의 조사 진술 전문 중 한 페이지. AP=연합뉴스

허 전 특검은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기간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기술했는데, 이날 공개된 진술 전문을 보면 바이든은 조사 둘째 날 “2009년에 내가 아직 부통령이었을 때인가?”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NYT “전반적으로 정신 맑아 보여”


다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분명한 기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NYT는 “바이든은 연도를 잘못 말했지만 이를 깨닫고는 즉시 끊고 분명하게 방향을 잡는 것처럼 보인다”며 “대부분의 조사 시간 동안 정신이 맑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허 전 특검을 불러 개최한 바이든 대통령 기밀유출 의혹 사건 청문회는 11월 대선을 치르는 민주ㆍ공화 양당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자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엄호하며 상대 후보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민주 “기억력 공격, 정치적 당파성”


민주당은 특검이 수사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을 문제 삼은 대목을 집중 공격한 반면 공화당은 같은 혐의로 바이든 대통령은 불기소 결정을 내린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한 것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코리 부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회에서 백악관 기밀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검을 증인으로 부른 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허 전 특검이 공화당원이란 점과 트럼프 행정부 때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임명된 사실을 거론하며 “수사보고서 결론은 정치적 당파성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전 특검은 “정치는 수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은 “특검이 기소 권고를 하지 않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허 전 특검은 “내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수사 보고서에 그 단어(면죄부)는 없다”고 말했다.


공화 “같은 혐의 트럼프 기소…이중잣대”


공화당 친트럼프 강경파 맷 게이츠 의원은 “(불기소 결정한) 바이든과 (기소된) 트럼프는 똑같이 대했어야 했다”며 ‘이중잣대’라고 비판한 뒤 바이든 대통령 대필작가의 증거 파기 의혹을 거론하며 “왜 기소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허 전 특검은 “증거 불충분 때문”이라고 답했다.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은 “바이든은 부통령직 퇴임 후 대필작가를 통해 책을 내기 위해 800만 달러(약 105억 원) 선급금을 받았다”며 “바이든의 기밀 보관은 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회에서 백악관 기밀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검을 증인으로 부른 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허 특검 “부모 한국 출신” 뿌리 밝혀 눈길


이날 청문회 초반 허 전 특검은 증언에 앞서 ‘한국계’라는 자신의 뿌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허 전 특검은 “저는 이민자의 아들로 부모님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전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부모님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오셔서 결혼했다. 이 나라가 아니었다면 부모님과 제 삶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1973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영어ㆍ미국문학 전공 후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8년 4월~2021년 2월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을 지낸 뒤 변호사로 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의해 특검으로 임명됐다. 허 전 특검은 지난달 수사보고서를 낸 뒤 11일 자로 사직했다.
로버트 허 전 특검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 전 특검은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기술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이날 “국방 정보 보유의 고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억력과 전반적인 정신 상태를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기억과 관련된 저의 평가는 필요했고 정확했으며 공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는 CNN, MSNBC, FOX뉴스 등에서 생중계된 가운데 미 국민의 큰 관심 속에 약 4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바이든·트럼프, 대선후보 ‘매직넘버’ 달성


한편 이날 조지아주 등에서 열린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남은 경선 결과와 무관하게 양당 대선 후보를 확정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ㆍ미시시피ㆍ하와이주와 자치령 북마리아나제도, 해외 거주자 프라이머리 등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이날 오후 11시 40분 기준 전체 대의원 3934명 중 과반(1968명)인 2101명을 확보해 매직넘버를 달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조지아ㆍ하와이ㆍ미시시피ㆍ워싱턴주 경선에서 압승을 거둬 같은 시간 기준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과반(1215명)인 1228명을 확보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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