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과자 많이 먹다간… 우울증·수면장애 위험↑

비만·당뇨·심혈관 질환 원인 초가공식품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
담배·마약 같은 중독 일으킬 가능성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pixabay

감자칩, 시리얼 등 대부분의 초가공식품이 정신 질환을 유발하고 술·담배·마약처럼 중독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과학자는 감자칩 등을 남용한 상태를 “초가공식품 사용 장애”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신 질환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가공식품이란 자연 식재료에 감미료, 방부제, 색소 등을 첨가한 제품이다. 각종 가공과 변형 과정을 거쳐 원재료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햄과 소시지, 라면,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등 인스턴트식품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그간 초가공식품들은 비만, 2형 당뇨, 암, 심혈관 질환 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연구를 통해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미시건대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는 초가공 식품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이 니코틴, 알콜 등 각종 중독성 약품에 버금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가공식품 남용에 빠진 사람들이) 초가공식품을 간절히 원하게 돼 충동적으로 소비하면서 끊지 못하고, 섭취량을 줄이려고 하면 과민, 불안 등의 금단 증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가공식품은 제조 공정에서 수분과 식이섬유를 제거하고 세포 구조를 분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간편하게 섭취하고 빠르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공정을 거친 성분들은 몸에 빠르게 흡수되고, 그 쾌감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뇌에 전달된다. 이러한 식단 섭취를 반복하면 결국 쾌락, 동기 부여 및 학습에 관여하는 우리 뇌의 보상 체계를 망가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을 인공적으로 높였다는 점 역시 초가공식품의 중독성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감자튀김, 피자, 감자칩 등은 정제 탄수화물과 지방을 다량 함유한 제품인데, 일반적으로 자연 식재료에서는 두 성분이 모두 들어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지난달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초가공 식품 섭취 시 우울증, 불안, 수면 장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이 도파민 과다 분비, 학습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한편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총 섭취 열량의 4분의 1을 초가공식품에서 얻는 것으로 2022년 연구결과로 드러난 바 있다.

심지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1075명의 식품 섭취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초가공식품을 통해 얻는 열량은 하루 총 섭취 열량의 26.2%에 이르렀다. 이는 초가공식품 비중이 58%에 달하는 미국 등 서구 식단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수치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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