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OTT 야구 중계…팬심 잡기는 숙제
콘텐츠 포화 상태인 OTT 시장에 스포츠 중계권이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업계는 이를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로 보고 수익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전까지 국내외 축구에 집중된 것과 달리 올해는 야구로 공이 넘어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오는 23일 개막하는 KBO 정규 리그 생중계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일 KBO 시범경기 모바일 중계 당시 자막 실수 및 기술 문제 등으로 뭇매를 맞은 데 따른 대처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술 및 인적 개선을 약속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티빙은 KBO 모바일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 450억원씩 약 135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억’ 소리 나는 투자… OTT, 왜 스포츠인가
티빙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독점한다. 지상파 3사 중계와 별도로 국내 유무선 생중계 및 하이라이트와 다시 보기(VOD) 스트리밍, 재판매 사업권을 보유한다. 수년간 적자인 만큼 이를 타계하기 위한 강수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최주희 티빙 대표가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플레이는 미국 프로야구(MLB)로 눈을 돌려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의 프레젠팅 파트너 자리를 따냈다. 이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 김하성 등이 고척돔에서 갖는 2024시즌 정규리그 개막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야구 외에도 4년간 350억원을 들여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리그의 2024-2025시즌 독점 중계권과 F1 그랑프리 중계권을 사들였다.
국내 OTT 플랫폼이 스포츠에 눈 돌린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서다. 쿠팡플레이는 이미 성공모델을 갖고 있다. 티빙, 웨이브 등 경쟁사보다 후발주자인 만큼 스포츠 중계에 집중 투자해 이용자 규모를 키웠다. K리그나 라리가 등 국내외 축구 리그 경기 외에도 NFL(미국 풋볼 리그)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종목을 확보한 덕이다. 지난 1월에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생중계로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800만명을 넘겼다.
티빙은 야구 중계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3분기 적자만 11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고정 팬층이 두터운 야구 중계를 승부처로 삼아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스포츠 팬덤은 충성도가 높아 신규 가입자 유입이 활발하고 이탈 또한 적다”고 귀띔했다. 티빙은 지난 시범경기에서 1시간에만 100만 트래픽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최 대표는 “(야구 중계로)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증가하는 만큼 올해에만 30~40% 성장이 보장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글로벌 먹거리 된 스포츠 중계… 팬심 잡기는 숙제
OTT 업계가 스포츠 중계에 주목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애플TV는 작년에만 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중계권 10년 치를 확보했다. 해당 리그에는 인기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인기 콘텐츠 ‘RAW’의 독점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와 함께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과 유튜버 출신 프로선수 제이크 폴의 경기를 방송키로 했다. 미국 NBC 뉴스는 “스포츠 생중계 사업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야심 가득한 행보”라고 평했다.
관건은 수요층의 민심 잡기다. 앞서 쿠팡플레이는 프로축구 K리그 중계권을 따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용했다. 유료화를 두고 초반 반발이 극심했으나 기술 개선 등 품질을 높이며 만족도를 높였다. 반면 티빙은 지난 시범경기 당시 부실한 서비스로 빈축을 샀다. X(옛 트위터)에는 “모바일 중계 유료화로 티빙에게 기대한 건 광고 없애기와 접근성 강화 등이었는데 실제로 주어진 건 많은 광고와 자막 실수”(@HURU****)라는 글이 올라와 1500회 이상 재게시되는 등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었다. 한 X 이용자(@ti_g********)가 지난 9일 게시해 1만1478명이 참여한 티빙 야구중계 만족도 투표에서는 97.3%가 별로라고 답했다.
쿠키뉴스가 직접 들어본 팬들의 의견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대 야구팬 A씨는 본지에 “유료여도 더 나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이 상황에서 유료화가 돼 진입장벽이 높아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다른 야구팬인 B씨(20대)는 “부모님이 시청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다”면서 “하이라이트 영상은 자막 오류가 많은 데다 너무 늦게 올라와 의미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류현진 효과’도 안 느껴질 것 같다”며 우려했다. 티빙 측은 이 같은 지적을 취합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미흡한 서비스를 선보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프로세스 강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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