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알람 강제 정지”...소방관 2명 희생된 문경 화재, 총체적 인재(人災)였다
화재 알람도 강제 정지, 총체적 인재
소방청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절차 개정"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알람)을 강제로 껐고,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현장 소방관들에게 가연 물질인 식용유에 대한 정보도 전달되지 않았다.
지난 1월 젊은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원인은 총체적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합동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직후 소방청은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외부전문가·현장대원·소방노조 등 25명이 참여한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 한 달간 화재 원인과 순직사고 발생 경위 등을 분석했다.
전기튀김기에서 시작된 불, 식용유 불쏘시개 만나
조사 결과 지난 화재 당일 오후 7시 47분쯤 119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됐지만, 불은 그보다 12분 전에 건물 3층 전기튀김기에서 시작됐다. 불이 난 공장에서는 돼지고기 등을 튀겨 돈가스 등을 가공했다. 불은 전기튀김기 상부의 982ℓ에 달하는 식용유 저장 탱크로 옮겨붙은 뒤 실내 전체로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이틀 전에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로 정지시키기도 했다. 이 바람에 불이 3층으로 퍼진 뒤에야 공장 관계자가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는 공장 관계자 5명이 있었다. 구조대원은 이들 대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구조대원 4명이 3층으로 진입하면서 출입문을 열자마자 공기가 유입되면서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했다.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지만, 강한 열과 붕괴한 천장 탓에 고립된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는 순직했다.
현장 구조대원들은 식용유 존재도 몰랐다
합동조사위원회는 현장 구조대원들에게 주요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정보도 전달되지 않았고, 현장 활동 사항도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또 해당 공장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탓에 빠르게 불이 번지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봤다.
무엇보다 장비를 착용하고서도 무전통신이 쉽도록 송ㆍ수신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대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신속동료구조팀(RIT)이 운영될 수 있도록 화재 현장에 별도 RIT 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주요 시설물 관리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하고, 국토부와 협의해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안전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세세하게 살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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