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배임‧건전성 문제 없어” [홍콩 ELS 후폭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금감원·한국거래소 공동 주관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정부와 당국을 대표해 송구하다”며 사과하면서 배상과 관련해 은행의 배임과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홍콩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와 관련해 당국이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1차적으로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 그리고 은행·증권사 근무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이 유감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홍콩 ELS는 지난 2020~2021년 주로 판매된 상품이고 2022년 들어서야 이 업무를 맡게 된 저희 당국으로선 과거로 돌아가 상품 판매를 금지하지 않고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정부나 당국에 책임을 미루거나 행태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직원 성과평가가 고객 이익에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미래지향적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며 “이달 중이라도 업계·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시적인 성과가 연내에 도출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태가 발생 시 개별적으로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하면 비용이나 시간과 노력, 정보 비대칭 측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당국이 불가피하게 책임 분담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과도한 개입주의라는 오해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금융소비자 보호 흐름을 생각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제적인 소비자 배상에 따른 배임 우려에 대해서는 “법원이 적용하는 기준에 준해 마련했다는 점은 법률적 근거에 따른 것이고, 소비자와 책임을 분담하는 방안이 개별 금융사 배임 이슈에 연결된다는 점은 조금 먼 이야기”라며 “20년 넘도록 법률 업무를 했는데 그렇게 볼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배상과 관련한 은행 건전성 우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원장은 “다양한 시나리오 안에서 분석해봤는데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에 문제가 없고 주주 친화적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은행의 경우 국제 기준으로 8%를 보통주 자본비율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말 대형 5대 은행 기준으로 15.3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1조원 규모의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면 실제로는 0.2% 정도의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을 초래하는 정도 수준”이라며 “이미 15%를 상회하는 기준으로 보면 건전성 이슈는 없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