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하고 싶지만, 돈 쓰긴 싫어"…고민에 빠진 데이팅 앱
유료 서비스 지출액 증가 속도 더뎌
"틴더·범블, 3년 새 기업가치 52兆↓"
코로나19 확산 시기 급성장했던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랜선 연애'를 하려는 앱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유료 서비스 이용이 더디게 증가하면서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팅 앱 지출액은 올해 1월 976만7000달러(약 128억원)로 전년동기대비 11.4% 감소했다. 반면 데이팅 앱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기준 118만7000건으로 1년 전에 비해 8% 증가했다. 데이팅 앱을 사용하겠다는 수요는 증가했으나 유료 서비스에 사용한 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틴더와 토종 앱으로 분류되는 위피, 글램 등 3개 업체가 시장을 잡고 있다. 세 업체 모두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2020~2022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데이팅 앱 최대 시장인 미국도 앱 지출액이 정체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 데이터에이아이의 데이터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세계 데이팅 앱 지출액은 5억490만8000달러다. 그중 40%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데이팅 앱 지출액 증가율은 2022년 1월 23.4%에 달했으나 2023년 1월 5.4%, 2024년 1월 6.2%로 한자릿수로 내려왔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성인의 30%, 30세 미만 성인의 절반 이상이 데이팅 앱을 사용하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유료 서비스를 활용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데이팅 앱은 유료 서비스 구독료와 광고비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제는 돈을 벌기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다.
NYT "데이팅앱, 돈 내도록 설득하진 못했다"뉴욕타임스(NYT)는 "데이팅 앱이 연애하는 삶을 달라지게 했지만, 젊은 사용자들이 돈을 내도록 설득하진 못했다"면서 "시장 점유율로 사실상 업계 전체를 커버하는 매치그룹(틴더 모회사)과 범블이 2021년 이후 시장 가치를 400억달러 이상 잃었다"고 전했다. 또 "2009년 매치그룹과 2014년 범블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월가는 데이팅 앱이 새롭게 창출할 수익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이제는 이러한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범블의 경우 현재 주가가 2021년 기업공개(IPO) 당시의 4분의 1 수준이다. 매치그룹도 2021년 169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현재 5분의 1 수준인 3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뉴욕대 재학생인 맨디 왕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거나 인스타그램, 스냅챗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만나는 걸 선호하는 분위기"라면서 "데이팅 앱 사용하는 사람은 알아도 돈을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고 만약 돈 내는 사람이 있다면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두 회사는 수년간 매출 증가 폭이 점차 줄어들었고 최근 비용 감축 차원에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데이팅 앱 업체들은 유료 이용자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핵심 이용 세대인 Z세대의 수요를 파악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틴더와 범블 등 글로벌 데이팅 앱 회사는 혁신을 만들기 위해 최근 최고경영자(CEO)까지 바꿨다.
데이팅 앱이 시도하는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월가 투자기관인 울프리서치의 자크 모리세이 애널리스트는 "데이팅 앱 분야는 최근 수년간 제품 혁신이 상대적으로 크게 이뤄지지 않은 분야"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또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기관인 웰스파고의 켄 카렐스키 애널리스트는 "데이트, 그리고 전체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의 핵심 행위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가 데이트 하는 방식이나 짝을 찾는 방법은 토론을 해볼 법한 주제"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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