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공장화재, 화재수신기 경종 꺼놔 신고 늦어…소방청 "대원 안전 중심 절차 개정"
수신기 경종, 공장 관계자가 강제 정지
"구조대원에 정보전달 정확히 이뤄지지 않아"
지난 1월 경북 문경 식품 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에서 공장 관계자가 화재수신기 경종을 꺼놔 화재 발견이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순직사고가 발생한 배경으로는 발화 원인인 '가열된 식용유'에 대한 정보 전달이 현장 대원에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공장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됐다. 소방청은 '대원 안전'을 중심으로 현장 절차를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소방청을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북 문경 공장 화재 현장 순직사고와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월31일 사고 직후 소방청은 기획조정관, 외부전문가, 현장 대원 등 25명이 참여한 합동조사위를 구성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30일간 순직사고 발생 경위 등을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화재수신기 꺼져 늦은 발견…'식용유' 등 정보 없어"
조사 결과 119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된 오후 7시47분보다 12분 전인 7시35분께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돼 식용유 저장탱크(982ℓ)로 옮겨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천장과 실내로 불이 빠르게 확산했다. 식용유가 발화점 이상으로 가열된 이유는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의 경종을 강제로 정지시켜 불이 3층으로 확산한 뒤에야 119 신고가 이뤄졌다.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 이날 브리핑에서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공장 자체가 식용유를 이용해서 식품을 가공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고온 현상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감지기가 가끔 작동하니 경종을 정지시켜 놓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대원 순직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전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 있던 공장 관계자 5명의 대피 여부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도착 대원들은 건물 양방향으로 진입했다. 이 중 3층으로 진입한 구조대원 4명이 인명 검색을 위해 개방한 출입문으로 공기가 유입되며 체류된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조사위는 추정했다. 이 상황에서 순식간에 밀려 나온 강한 열과 농연, 붕괴된 천장 등 장애물로 구조대원 2명이 고립됐고, 화염과 열기로 이들을 구조하려는 대원들이 재진입하지 못했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화재 발생과 확대는 주요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방수 개시 등 현장 활동 정보 공유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내부에 식용유가 있다는 내용을 사전에 관계자로부터 취득하지 못했고, 현장 대원들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구조 작업에 나선 것이다. 해당 공장은 또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됐고,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 필수정보 신속 전파…재난현장표준절차 전면 개정
소방청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나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대응 기술 고도화 및 실행력 강화를 위해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한다. 아울러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전관리 대원칙'을 명확히 규정해 이행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장 대응 및 안전 관리 필수 정보는 신속한 전파를 우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상물의 구조, 위험 요소, 소방시설 유지관리 등 정보가 현장으로 쉽고 빠르게 전달되도록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한다. 현장 소음 및 장비 착용 시에도 무전통신이 용이하도록 송수신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소방청은 건축구조 빛 시설물의 안전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간 주요 화재 확산 원인으로 꼽혀온 샌드위치패널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화시간, 방화구획 등 안전기준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강화할 계획이다. 주요 대상물 관리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해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고, 화재위험성이 큰 식용유 취급 기계 및 설비는 제조단계부터 안전 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소방공무원의 신임 교육부터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의 평가 및 인증을 필수화해 소방서장 등은 역량을 갖춰야만 보직을 부여하도록 바뀐다. 이를 위해 실화재 훈련을 확충하고 교육 훈련 인프라도 강화한다. 당초 2026년까지 실화재 훈련시설 8개소를 추가로 세울 예정이었지만, 9개 건립·6개 보강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도 소방청은 앞으로 실종과 고립 등 대원의 안전사고 발생 즉시 신속동료구조팀(RIT)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별도 RIT팀을 동시에 편성하도록 했다. 인력·예산 확충 및 효율적 운영을 위해 우선 소방 수요를 고려한 효율적 인력 재배치를 원칙으로 하고, 이후 부족 인력에 대해서는 구체적 충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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