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안우진 없지만… 반등 노리는 영웅들
[양형석 기자]
2008년에 창단한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에 따라 팀 명이 우리 히어로즈에서 서울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로 자주 바뀌었지만 창단 후 2022년까지 최하위로 떨어진 시즌은 딱 한 번(2011년)에 불과했다. 특히 2013년 창단 첫 가을야구에 진출한 후에는 10년 동안 무려 9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3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하며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한마디로 히어로즈는 KBO리그에서 '가성비'가 좋은 대표적인 구단이었다.
하지만 주력선수 3명이 동시에 팀을 떠났던 2010년에도 최하위 추락을 막았던 히어로즈는 작년 58승3무 83패로 승률 .411에 그치면서 창단 후 두 번째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9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가 1.5경기, 8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가 2경기에 불과했지만 결국 2023 시즌 최약체의 불명예를 벗진 못했다. 투타의 기둥 안우진(사회복무요원)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키움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팔꿈치 부상을 당한 안우진 역시 수술 후 병역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군입대를 선택했다. 2022년 정규리그 MVP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교타자와 최고의 완성형 우완 선발투수가 이탈하면서 키움은 올 시즌 역시 야구팬들로부터 꼴찌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 과연 홍원기 감독은 2년 연속 최하위 후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이겨내고 히어로즈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까.
▲ 2024 시즌 키움 히어로즈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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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은 작년 팔꿈치 부상으로 24경기에 등판해 9승7패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150.2이닝을 소화해 규정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2.39)과 탈삼진(164개)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고전한 시즌에도 토종 최고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안우진은 2025 시즌까지 고척돔 마운드에 서기 힘들다(2025년9월 소집해제 예정). 작년 최하위로 고전했던 키움이 최소 내년 시즌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키움은 작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83.2이닝을 던지며 11승8패2.65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던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여기에 새 외국인 투수로 작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총액 80만 달에 영입했다. 모든 구단의 외국인 투수가 마찬가지지만 키움이야말로 올 시즌 후라도와 헤이수스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키움은 안우진의 입대와 최원태(LG트윈스)의 이적으로 올 시즌 토종 선발진이 크게 약해진 게 사실이다. 실제로 작년 키움에서 후라도와 안우진을 제외하면 100이닝은커녕 80이닝을 넘긴 투수조차 없었다. 선발투수로서 많은 경험을 갖추고 있는 정찬헌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은 가운데 하영민, 김동규,장재영,조영건 등이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다툴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는 키움의 토종 선발진이 10개 구단 최약체로 평가 받는 게 사실이다.
키움은 선발뿐 아니라 작년 26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 마무리 임창민(삼성)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면서 불펜에서도 큰 손실이 있었다. 하지만 키움은 통산 82세이브45홀드에 빛나는 국가대표 출신 불펜투수 조상우가 작년 12월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하는 호재도 있었다.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2탈삼진 무실점으로 예열을 마친 조상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키움의 뒷문을 지킬 확률이 높다.
[타선] 이정후 대박계약, 이젠 김혜성 차례
2022년 타격 5관왕과 정규리그 MVP, 5년 연속(2018~2022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이정후는 히어로즈뿐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해외진출 자격 7년을 채운 이정후는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을 맺었다. 이정후의 빅리그 진출은 한국야구의 자랑이지만 간판타자를 잃은 키움에게는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키움이 이정후의 대체자원으로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작년 8만5000달러라는 '염가'에 키움 유니폼을 입고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336 77안타3홈런29타점37득점9도루를 기록했던 로니 도슨이다. 작년 12월 히어로즈와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한 도슨이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제리 샌즈, 제이미 로맥처럼 대체 외국인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활약을 해준다면 키움은 이정후의 공백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키움의 간판스타 자리는 자연스럽게 3년 연속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이 물려 받았다. 작년 타격 3위(.335), 최다안타 2위(186개)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혜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히어로즈의 주장이기도 한 김혜성이 작년 최하위로 떨어졌던 키움의 순위를 끌어 올리고 빅리그 도전을 선언한다면 이보다 멋진 그림은 없을 것이다.
안우진이 군입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임창민이 FA이적, 이지영(SSG랜더스)이 사인 앤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며 전력이 크게 약해진 키움은 작년 11월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거포 내야수 최주환을 지명했다. 2022년 타율 .211 9홈런41타점으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최주환은 작년 커리어 두 번째 20홈런 시즌을 만들며 장타력을 회복했다. 최주환은 올해도 도슨, 이형종 등과 키움의 중심타선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주목할 선수] 고졸 2년 차 풀타임 주전포수 탄생?
지난 1월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SSG로 이적한 이지영은 2018년 12월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후 4년 동안 452경기에 출전하며 박동원(LG)과 함께 키움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하지만 이지영은 생애 두 번째 FA를 앞둔 작년 시즌 이런 저런 잔부상으로 81경기에서 타율 .249 8타점23득점으로 키움 이적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결국 키움과의 인연을 끝내고 본인의 3번째 팀으로 이적하게 됐다.
하지만 키움은 3개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보유한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포수의 이적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작년에 입단한 김동헌이 고졸신인 자격으로 1군에서 102경기에 출전해 타율 .242 2홈런17타점22득점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루키 시즌을 통해 대형포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발견한 김동헌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형준(NC 다이노스)의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병역혜택까지 얻었다.
이지영이 팀을 떠나면서 김동헌은 올 시즌 만19세의 어린 나이에 풀타임 주전포수라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물론 김동헌이 작년 루키포수로서 대단히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것은 분명하지만 풀타임 주전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포수는 그 어떤 자리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지션이다. 실제 KBO리그 역사에서도 고졸 2년 차에 팀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던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시절의 강민호(삼성)가 유일했다.
키움에는 프로 13년 차를 맞는 중견포수 김재현이 지난 2018년 박동원이 성폭행 연루 의혹으로 팀을 이탈하면서 116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해 김재현은 타율 .228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고 군복무 후 다시 1군과 2군을 오가는 백업포수가 됐다. 따라서 올해 키움은 새로운 주전포수가 될 김동헌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김동헌의 활약에 따라 올 시즌 키움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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