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배상 압박하는 당국…은행권, 고민의 시간 '한 달' [홍콩 ELS 후폭풍]

이호연 2024. 3.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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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기준안 배상비율 천차만별
과징금 감경 카드 외면하기 힘들 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의 수용 여부를 두고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은 과징금 감경의 지름길이지만 자칫 배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은 이와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법률 검토에 곧바로 착수했다. 다만 고민의 시간은 다음달 예정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까지다.

13일 금융감독원이 홍콩ELS 분쟁조정기준안을 공개하면서 자율배상을 통한 사적화해 카드를 꺼낸 가운데, 은행들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판매액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은행은 선제적 배상에 따른 과징금 감경 등을 고려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판매규모가 8조원으로 가장 큰 KB국민은행과 2조원 수준의 NH농협은행은 상황이 간단하지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홍콩 ELS 기본배상 비율 추정치는 40%대로 11개 판매사 중 가장 높다. 특히 두 은행이 설명의무 위반(20%)과 적합성의 원칙(20%)에서 본사 차원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향후 조 단위 과징금 부과・제재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제재는 배상과 별도 절차로 진행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율배상을 실시하면 금융사 투자자간 법적 다툼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의 압박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12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구체적 제재 범위와 수준은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추후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판매사들이 사후 수습 노력을 보이면 제재 양정 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분쟁조정안 발표 전 자율배상안을 적극 시행하는 금융사는 징계 및 과징금 감경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날 금감원이 만든 배상안을 두고 "투자자와 판매자 양측의 이익을 조화롭게 하려고 고생한 것 같다"고 평하며 "금감원이 나름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분쟁을 빠르게 처리하자는 건데 왜 배임 문제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분쟁조정안 역시 자율배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는 법조계의 분석이다. 불완전판매의 근거가 되는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부재 등을 금융사 시스템 미흡으로 지적해 자율배상 당위성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과거 DLF 사태와 달리 투자자와 판매사의 상황을 세분화해 배상 비율 스펙트럼을 넓힌 것도 자율배상을 유도하게 만들었다는 전략이다. 특정 구간의 배상비율을 강조하면 은행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배상비율 범위가 넓어지면 은행마다 다른 전략을 취할 여지가 생긴다.

금감원은 남은 배상 절차를 신속 추진할 방침이다. 다음달 중으로 대표 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분조위는 통상 2~3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최대한 빠르게 조정 절차를 추진하다는 계획이다. 본격 투자자 배상은 분조위 절차가 끝난 뒤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사례 이외 분쟁 민원은 분조위 결과에 따라 자율 조정 등 방식으로 처리한다.

은행 등 판매사들은 분쟁조정 기준안을 토대로 언제든지 소비자와 자율배상에 들어갈 수 있다. 단, 분조위가 열린 뒤 자율배상을 결정하면 선제적 배상보다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은행에서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더라도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다.

은행권은 자율배상 태스크포스를 꾸려 분재조정기준안 관련 기본 배상비율, 홍콩ELS 가입 사례별 고려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해 법률검토를 진행중이다. 다만 자율배상을 결정하더라도 이사회를 설득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내부감시자인 이사회로부터 공감대를 얻어야 배임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금액이 일단 결정돼야 자율배상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썬 분쟁조정기준안을 바탕으로 여러 요인을 따져보고 있어 배상을 언급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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