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유류분 제도의 현대적 재해석과 시장의 진화

2024. 3. 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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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민법 개정으로 발효돼 1979년부터 시행된 유류분 제도가 4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류분 제도란 상속인이 법정 상속분의 특정가액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로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상속 과정에서 가족 내 약자가 소외되는 것을 막고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결국 유류분 제도는 이러한 유언상속의 효력을 제한하다 보니 헌법이 보장한 각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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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규정없어 가족분쟁 유발
개인재산권 보호 취지도 어긋나
유언대용신탁 등 상속상품 눈길

1977년 민법 개정으로 발효돼 1979년부터 시행된 유류분 제도가 4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류분 제도란 상속인이 법정 상속분의 특정가액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로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상속 과정에서 가족 내 약자가 소외되는 것을 막고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법으로 최소한의 상속분을 정하며 그 결과 피상속인의 유언보다 우선하게 된다.

상속을 통한 재산권의 활용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생전 경제주체의 적극적 경제활동을 통한 재산 축적의 동기부여 및 냉정하게 말해 현실적으로는 이를 활용한 자녀들의 부모 돌봄 등의 노후 안전망 제공에 동기부여책이 될 수 있다. 결국 유류분 제도는 이러한 유언상속의 효력을 제한하다 보니 헌법이 보장한 각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이 제도가 현 시대상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법률상의 논쟁을 떠나 유류분 제도의 부작용은 다분하다. 유류분 권리상실 사유를 법에 명문화하여 규정하지 않다 보니 유언자의 상속 취지가 퇴색됨은 물론 전혀 교류가 없던 가족이 피상속인의 사후에 등장하거나 패륜에 가까운 행위를 한 자녀들도 이 제도를 근거로 다른 가족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이어가게 되니 가족 간 분쟁이 종종 유발되고 극단에는 가족해체로 이어진다. 망자가 다시 살아난다면 통탄할 상황이 연출된다. 사회적 비용 차원에서도 유언으로 명확히 확정되어야 할 상속이 유류분 제도를 통한 법정 다툼으로 피고의 정신적 고통과 함께 불필요한 법률 서비스 비용이 지출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유류분제도 폐지 반대는 오로지 변호사들 뿐이라는 말도 있다.

사실 이미 3차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있었지만 작년 5월에 다시 헌재의 심의가 시작되었다. 이전과 달리 헌재가 공개 변론을 선택한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유류분 제도의 존폐가 시대의 변화에 직면해 어려운 논쟁이라는 방증이다. 개인 수명의 연장과 비혼 및 무자녀 등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자신의 재산 처분의 자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필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유명한 경제 논리도 있다. 유류분 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의 창의성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상품이 눈에 띈다.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가능해졌다. 유언대용신탁은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재산을 수익자가 금융기관을 통해 사후 상속인을 미리 정할 수 있는 제도로 생전에는 본인을, 사후에는 특정 상속인을 지정하여 보장받을 수 있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누적 신탁액은 무려 3조200억원에 이른다. 과거 추세에서 약 2조원대로 추산된 규모를 우습게 뛰어넘은 규모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1년 이상 보유한 금융사 제공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2020년에 내려져 이미 법적 근거도 마련되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사망 1년 이전에 금융기관 등 제삼자에게 증여한 재산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법의 루프홀을 시장의 힘이 간파한 셈이 된다.

법은 문서의 기록이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시대상에 따른 변화의 요구는 물론 개인 재산권의 보호라는 민주주의 헌법의 근본을 생각해서라도 유류분 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수요가 이끄는 시장의 막강한 힘은 때때로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법률을 사장 시키기도 한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규일 미시간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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