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KT&G 대표 방경만 선임 반대…행동주의 펀드도 합세
행동주의 펀드 FCP, 기업은행 추천 이사 지지…“경영진 투명성 우습게 봐” 비판
기업은행이 방경만 수석부사장 등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방 수석부사장 선임 후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등 논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도 합세하면서 기업은행의 목소리에 힘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2일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참고 서류’ 공시를 통해 KT&G 주주에게 “기업은행이 주주제안한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 건에 대해서 찬성을, 이사회가 제안한 대표이사 사장 방경만·사외이사 손동환·사외이사 곽상욱 선임 건에 대해서 모두 반대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T&G의 최대주주(지분 의결권 기준 약 8%)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손동환 이사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이고, 나머지 두 후보는 현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다.
기업은행은 KT&G 주식의 7.11%를 보유하고 있는 KT&G의 최대 주주로 지난 2018년 현 백복인 사장의 연임 결정 당시에도 반대 표를 던진 바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반대 이유에 대해 “방 수석부사장 선임 후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결의 등으로 미뤄 현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KT&G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자가 현 이사회 의장으로서 여러 의혹과 관련한 시장의 지적에 충분한 해명 없이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된 것은 사외이사의 권력화이자,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G 측은 방 수석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회사 영업이익은 수원분양사업 종료에 따른 일회성 영향을 제외하면 3.3% 증가했으며 특히 3대 사업인 글로벌CC, NGP, 건기식 분야 영업이익은 약 20%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KT&G 내부에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을 넘어 주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까지 하는 것은 사기업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은행에서는 정당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기업은행 관계자는 “KT&G의 최대 주주로서 이사회에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또한 이번 이사회 건의 경우 기업은행 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을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무리한 사항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 주주들에게 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한 상황이다.
FCP는 오는 13일 KT&G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웨비나(Webinar·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웨비나는 13일 오전 9시(영어), 14일 오후 2시(한국어)·오후 3시(영어) 등 총 3차례 진행된다. 여기에 이상현 FCP 대표가 직접 웨비나에 나설 전망이다.
이상현 대표는 “각 지역별로 수익성을 상세히 공개하는 필립모리스, BAT에 비해 KT&G는 전체 해외 담배 매출의 손익여부마저 감추고 대신 담배 수백억 개피를 팔았다며 자화자찬해 왔다”면서 “KT&G 경영진이 얼마나 투명성을 우습게 아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T&G 경영진과 이사회가 소액주주도 반대 최대주주도 반대한다”면서 “반주주세력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KT&G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통합집중투표’를 도입했다. 투표 결과 다득표 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2인이 이사로 선임된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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