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발놀림+공 간수 능력"…'드리블+패스+태클 최다 성공' 백승호, 팀 패배 그러나 '최고 평점'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 시티)가 팀의 패배에도 최고 평점을 받으면서 군계일학의 면모를 뽑냈다.
버밍엄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29라운드 홈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전반 17분 미들즈브러 미드필더 라일리 맥그리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버밍엄 골망을 갈랐고, 맥그리의 선제골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이날 승리로 미들즈브러는 승점 53(16승5무16패)이 되면서 9위로 도약했지만,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승점 39(10승9무18패)를 유지한 버밍엄은 강등권 바로 위인 2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 종료까지 9경기만 남은 가운데 강등권인 22위 허더스필드(승점 38)와의 승점 차가 불과 1점인 버밍언은 미들즈브러와의 홈경기에서 패하며 잔여 시즌 동안 힘겨운 싸움이 예고됐다. 다만 이날 신입생 백승호가 군계일학의 면모를 펼치면서 긍정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백승호는 미들즈브러전 때 4-2-3-1 전형에서 3선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백승호는 이날 패스 성공률 86%(44/51),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률 100%(2/2), 롱패스 성공률 100%(3/3), 태클 성공률 75%(3/4), 걷어내기 2회, 리커버러 12회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날 양 팀 통틀어 백승호보다 더 많은 패스, 드리블, 태클을 성공시킨 선수는 없었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매체는 경기에서 패했음에도 백승호한테 가장 높은 평점 8.1을 주면서 '버밍엄-미들즈브러' 맞대결 MVP로 선정했다.
또 다른 통계매체 '소파스코어'도 백승호 평점을 7.7로 매기면서 양 팀 선발 선수들 중 최고 평점을 줬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양 팀 최고 평점은 아니지만 이날 버밍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점수인 7.3을 백승호 평점으로 매겼다.
영국 매체 '버밍엄 라이브'는 백승호한테 미들즈브러전에 나선 버밍엄 선수들 중 최고 평점인 6을 주면서 "백승호는 전반전에 부드러운 발놀림으로 버밍엄을 미들즈브러 박스 안으로 밀어 넣으며, 공 간수 능력을 보여준 몇 안 되는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백승호는 이날 서로 다른 3명의 미드필더 옆에서 뛰었는데, 안드레 도젤과의 협력 플레이는 흐지부지됐다"라며 함께 3선 미드필더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된 도젤과의 호흡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1997년생 미드필더 백승호는 지난 1월 30일 겨울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에 K리그1 전북현대를 떠나 버밍엄으로 이적하면서 다시 유럽으로 진출했다.
백승호는 지난 2010년 스페인의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바르셀로나는 백승호와 5년 계약을 맺으며 백승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살 터울인 이승우(수원FC)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백승호는 2014-15시즌 바르셀로나 B팀으로 월반하는 등 뚜렷한 재능을 보였다.
한국에서 성장할 때는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패스 축구를 중시하는 바르셀로나에서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기술들을 배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위기도 있었다. 2014년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백승호의 앞날이 막히는 듯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유망주들을 영입할 때 FIFA의 18세 미만 선수 영입 규정을 위반했고, FIFA는 여기에 포함된 이승우, 백승호 등에게 FIFA 주관 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정식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건 백승호한테 큰 타격이 됐다. 바르셀로나B로 월반하고 스페인 영주권을 획득한 후에는 공식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백승호는 2017년 지로나 FC로 이적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한 시즌 동안 지로나 2군인 CF 페랄라다에서 30경기 이상을 소화한 백승호는 능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1군으로 콜업됐다. 그렇게 백승호는 지로나에 정착하는 듯했으나,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 이적으로 다시 한번 도전을 선택했다.
다름슈타트에서의 첫 시즌은 좋았다. 백승호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30경기 가까이 소화하는 등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후 백승호의 선택은 국내 복귀였다. 백승호는 K리그 정상급 구단인 전북 현대로 이적하며 K리그 무대를 밟았다. 비록 다름슈타트에서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백승호는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자리잡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탈압박 능력과 킥을 바탕으로 전방으로 뿌리는 패스는 백승호를 리그 수준급 미드필더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백승호는 2021시즌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도왔고, 2022시즌 FA컵 우승과 리그 준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하기도 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황인범, 정우영 등에게 밀려 벤치를 지켰으나, 브라질과의 16강전에 교체로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0-4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백승호는 후반 31분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었다. 팀은 패배했지만 백승호의 원더골은 FIFA가 선정한 월드컵 베스트 골에 올랐다.
지난 해에는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당초 백승호는 2023시즌이 끝난 뒤 12월 김천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입대를 반 년 앞두고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주장 완장을 차고 모든 경기에 출전해 한국의 아시안게임 3연패에 일조했으며,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병역 문제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백승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유럽 재진출의 문을 스스로 열었다. 한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백승호의 선택은 유럽이었다. 2023시즌을 끝으로 전북과 계약이 만료된 백승호는 새 팀을 물색하다 버밍엄과 손을 잡았다.
버밍엄에 입단한 백승호는 현재까지 리그 9경기에 나와 553분을 소화하며 팀의 주축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미들즈브러전을 포함해 최근 2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버밍엄을 이끄는 토니 모브레이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줌에 따라 이번 3월 A매치 기간을 앞두고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국과의 2연전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명단에 뽑혔다.
다만 백승호는 자칫하다가 다음 시즌을 3부리그인 리그1에서 뛸 위기에 처했다. 최근 버밍엄은 5경기 연송 무승(1무4패)을 기록하며 챔피언십 24팀 중 21위에 위치해 강등권 경쟁을 하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이제 9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신입생인 백승호는 팀의 강등을 막아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버밍엄 주축으로 자리를 잡은 백승호가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잔류 경쟁에 힘을 보탤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버밍엄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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