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고강도 체질 개선에 불붙은 노사 갈등
이마트 "오히려 복지대상 대폭 확대" 반박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비용 절감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노사 갈등을 빚고있다. 최근 폐점하는 이마트 상봉점과 펜타포트점에선 희망퇴직을 접수받으면서 노동조합의 반발을 산 데 이어 임직원 의료비 지원을 축소해 '노노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수익성 강화를 주문한 만큼, 실적 반등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어 노사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는 오는 15일 이마트 안동점 앞에서 전사 근로자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마트지부는 복수노조인 이마트의 제2노조다. 이들은 최근 회사의 의료비 지원 축소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이마트 본사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한바 있다.
이마트는 제1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분기별로 노사협의회를 진행한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시 3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 설치하는 기구로, 생산성 향상과 성과배분, 근로자의 채용·배치 및 교육훈련, 근로자 고충 처리 등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진다.
이마트는 최근 12기 전사 노사협의회를 개최했다. 전사 노사협의회에서는 의료비 지원제도가 모든사원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를 요청의견이 나왔고, 이에 회사는 복리후생 개정안을 이달초 사내 인트라넷 통해 공지했다. 개정된 복리후생규정은 종합건강검진 대상을 확대하고, 그동안 회사 지원이 가능했던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을 제외했다.
이에 노조는 최근 진행된 희망퇴직과 복리후생규정 개정이 실적 부진에 따른 비용절감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지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사 근로자대표와 협의만으로 변경된 개정 복리후생 규정은 무효"라며 "이는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노조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이번 조치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복리후생규정 개정으로 종합 검진 대상이 근속 3년 이상 전사원으로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에 비용절감으로 볼 수 없다"며 "퇴직 지원도 폐점 점포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인접점포 배정 외 추가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고강도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29조4722억원을 냈지만, 469억원의 영업손실로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적자가 반영된데 따른 것이지만, 본업인 유통업도 부진했다. 실제 이마트 주력인 할인점(마트)의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전년보다 858억원이나 감소했다. 쿠팡이 지난해 첫 연간 흑자와 매출 30조원을 달성하며 유통업계 강자로 부상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성적표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을 계기로 신세계그룹 내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정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신세계가 1위 회사가 맞느냐는 시장과 고객의 물음에 2024년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고 수익성을 최대 경영목표로 제시한바 있다. 실제 정 회장은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신세계건설 문제와 이마트 수익개선, 온라인 사업 실적 개선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최고경영자(CEO) 40%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단행했다. 당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이마트의 '구원투수'로 발탁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조서호텔앤리조트 대표로 재직하던 2020년 영업손실 709억원을 기록한 조선호텔을 2022년 222억원의 연간 흑자로 전환시킨 인물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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