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중은 ‘성공 포르노’를 외면하나?…허위 영상에 실망, 실제 사기 사례도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3. 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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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중은 ‘성공 포르노’를 외면하나

허위 영상에 실망, 실제 사기 사례도

콘텐츠 업계에서는 두 대형 유튜버의 몰락만으로는 대중의 ‘성공학 외면’을 다 설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유튜버의 일탈은 ‘방아쇠’가 됐을 뿐, 그 전부터 대중들이 ‘성공 콘텐츠’에 상당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왜 대중들은 그렇게 열광하던 성공학에 고개를 돌렸을까.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자극적인 영상과 글의 범람이다. 성공학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차별화’를 위해 무리한 전략을 구사하는 제작자들이 급증했다. 눈에 띄기 위해 선을 넘는 발언을 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온라인 교육 업체 A의 광고다. A는 인기 성공학 강사 B씨의 강의를 홍보하기 위해 짧은 유튜브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해당 영상에서 B씨는 “이 나라에서 가난한 건 죄”라며 “이렇게 고도 성장한 나라에서 여전히 가난하다? 그건 정신병이라고 보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광고 전체는 자신의 강의를 들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지만 가난을 ‘정신병’으로 언급한 대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광고가 송출된 2022년 2월 당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광고가 황당하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요즘 유튜브 광고 수준’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유튜브 광고’ ‘살다 살다 가난한 건 죄고 정신병이라는 광고도 보네’ 등 게시물이 연달아 달렸다.

현재도 유튜브에 들어가면 ‘2030세대가 돈을 못 벌면 바보다’ ‘놀면서 월 1000 버는 건 기본’ 등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창업 관련 영상은 ‘창업 안 하고 직장 다니는 건 바보’라며 직장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넣기도 한다. 자극적인 내용에 ‘성공 포르노’ ‘창업 포르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둘째. 경력을 믿기 힘든 ‘성공학 강사’가 많다. 성공학 콘텐츠 제작자 절대다수는 본인이 장사, 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공유하는 ‘선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라며 콘텐츠를 만든다. 처음 무료 영상을 제공할 때는 반발이 적다. 문제는 이들이 유명해진 뒤다. 유명세를 활용해 서적을 내고 비싼 강의를 판매하는 성공학 강사들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데 왜 서적과 강의 판매에 목을 매느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허위 경력을 지적당해 강의 판매를 종료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적잖다. 연매출 5000억원, 사원 수 103명에 달하는 기업의 대표라고 본인을 소개한 C씨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브랜드 자사몰로 성공하는 비법’이라는 전자책 펀딩을 열었다. 그러나 C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연매출도 정확히 잡히지 않고, 실제 사원 수도 5명에 불과한 회사였다. 사실이 밝혀진 후 C씨는 회사 홈페이지, 펀딩 페이지, 잡코리아 기업 정보 등을 모두 삭제하고 잠적했다.

셋째. 실제 사기 범죄자가 연루된 콘텐츠가 등장했다. 단순히 허위·과장하는 정도를 넘어 작정하고 사기 범죄를 저지르려는 시도가 일어나면서 ‘성공학’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펜싱 선수 남현희 씨에게 접근해 30억원대 혼인 빙자 사기를 저지른 전청조 씨도 ‘성공학’ 강의를 진행한 점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모 투자 전문가 초청으로 진행된 강의에서 전 씨는 자신의 투자 방법을 설명하며 “내가 너무 사기꾼 같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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