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라덕연 게이트 1년'…美 있고, 韓 없는 '투자 피해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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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피해금액은 100억원, 자녀도 각각 10억원대 빚을 졌다.
나흘 만에 8조원이 증발한 초유의 주가조작 재판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라덕연 게이트에서 범행의 자문 역할로 전락한 변호사·회계사, 자금 모집 통로가 돼버린 시중은행, 증권사 소속 임직원 등 자본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구조적 비리가 확인됐다는 점도 투자 피해 구제방안이 필요한 명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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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상 최우선 순위 둬야
어머니의 피해금액은 100억원, 자녀도 각각 10억원대 빚을 졌다. 지난해 4월24일 발생한 8개 종목의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온 가족이 빚더미에 앉은 한 가정의 피해 규모다. 주가 폭락의 실체는 주가조작이었다. 이른바 '라덕연 게이트'다. '벌써' 1년이지만 '아직' 갈무리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지난 7일 검찰이 41명을 추가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만 56명에 달한다. 라덕연 대표 등 15명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재판 단계에서 시세조종의 목적과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 합계는 7305억원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조직이면서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나흘 만에 8조원이 증발한 초유의 주가조작 재판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투자는 개인 선택이며 자기 책임 원칙이 훼손되지는 않아야 한다. 그러나 주식투자가 전 국민의 재테크 수단이 되고 지능적·조직적 증권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양적으로 커진다면 피해구제 방안은 반드시 시스템적으로 필요하다. 라덕연 게이트에서 범행의 자문 역할로 전락한 변호사·회계사, 자금 모집 통로가 돼버린 시중은행, 증권사 소속 임직원 등 자본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구조적 비리가 확인됐다는 점도 투자 피해 구제방안이 필요한 명분이지 않을까.
지난해 7월 국회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벌금·징역 등 형사처벌만 가능했지만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4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자본시장 불공정행위가 적발됐을 때 형사처벌과 함께 부당이익 환수와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경제 제재를 강화해야 범죄 억제력 효과가 크다.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점은 의미가 크지만 어디에도 피해자 구제방안은 없었다.
현재로선 소송뿐이다.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자신의 실제 손해액에 한정되지만 소송비용은 상대적으로 높다. 소송이 극히 드문 이유다. 2005년 시행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역시 무용지물이다. 법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소송은 11건 정도에 불과하다. 집단소송의 경우 피해자가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자료 확보가 거의 불가능해 소송 자체가 어렵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부당이득 환수금과 민사제재금(과징금)을 공정기금(페어펀드, 부당이득 또는 민사제재금 등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대신 피해자에게 배분하기 위한 목적의 펀드)으로 조성하고 있다. 2022년 기준 64억3900만달러(약 8조6000억원)가 기금에 적립됐고, 9억3700만달러(약 1조2500억원)가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한국식 페어펀드 조성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지금 당장 집단소송제도가 피해구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고 원고가 적절한 입증을 하지 못하면 패소인 만큼 피해입증에 필요한 자료제공의 원활한 지원 방안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3월 중 연속 기획 보도를 시작하는 이유는 부당이득을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은 한 푼도 챙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해 불공정거래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 개선과 피해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피해 보상 문제는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자본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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