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3세, 부캐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박명옥 2024. 3. 13. 0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명옥 기자]

55살에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살 집도 없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었다. 넋이 나갈 만큼 빚에 짓눌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60을 넘어 준비 안 된 노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캄캄했다.

캄캄한 미래를 벗어날 방법을 찾던 중에 <50대 도전해서 부자 되는 법>이란 책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만났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좋은 건 따라 하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끈기 없는 난 혼자보단 함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던 터였다.

온라인 세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새벽 기상, 식비 절약, 책 읽기, 종잣돈 모으기, 블로그로 나를 알리기 등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 맘에 들어 온라인이라는 낯선 세상을 만났다. 그리고 벌써 2년이 흘렀고, 온라인과의 만남은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불빛을 향해 걸어가게 했다.

현실에서 난 63세다. 퇴직 2년 남은 공기업의 촉탁직 직원이다. 산동네 낡은 집에 산다. 아직은 앞날이 두렵기만 하다. 온라인에서는 다르다. 아무도 나의 나이에 관심이 없다.

블로그와 유튜브라는 제법 탄탄한 집이 있으며 이름 대신 '손맛디자이너'라는 닉네임으로 통한다. 내가 진심을 담아 만드는 요리를 알리는 나의 미래는 눈부시도록 밝다. 
 
▲ 쑥 버무리 봄 햇쑥과 쌀가루로 만들었어요
ⓒ 박명옥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 되세요."

새벽 5시에 만나는 채팅방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어색하던 줌 카메라가 이젠 자연스럽다. 새벽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기상 시간이 기록되는 타임 라이프로 사진을 찍어 단체카톡방에 올린다. 서로에게 축복의 글로 하루 시작을 알린다. 새벽 첫 시간 만남이 참 소중했다.

나에게 주어진 새벽 시간 2시간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 속에 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되어 갔다. 책을 읽고 1일 1 블로그 포스팅을 하며 컴퓨터에 약한 나도 프로그램을 따라 하나하나 따라가고 있었다. 어설프게나마 유튜브도 시작했다. 서로서로 한 발짝 먼저 간 친구가 바로 뒤에 오는 친구를 가르쳐 주었다.
 
▲ 손맛디자이너 집밥만들기 집밥만들기 강의교제
ⓒ 박명옥
22년 여름 역삼동 북 카페에서 만나자는 공지가 올라왔다. 줌으로만 보던 얼굴들 실물을 대면하게 된다니 설렜다. 한 친구는 "언니 오실 거지요?" 며칠 전부터 확인 전화가 왔다. 줌에서 보던 사이가 실제로 보면 어색할 것 같았는데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두 손을 잡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멀리 지방에서도 올라왔다. 결이 같은 친구들은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각자 발전해 가는 모습에 '가족도 놀라고 있다' '가족도 함께 새벽 독서를 시작했다'라는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에 듣는 우리도 훈훈했다. 다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이후 줌에서 만나면 한결 더 친해졌고 애틋하다.

온라인 친구들은 늘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블로그에 요리를 올리면 댓글로 응원해 주고 요리책을 보내주며 직접적으로 도와 주었다.

전자책을 쓰려고 하니 섬네일도 만들어 주고 초안도 함께 잡아주었다. 여러 친구의 도움 덕분에 전자책을 만들었고 승인에 기쁨도 함께해 주었다. 가끔 개인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 것도 잊지 않는 애정 넘치는 사이가 되었다.
 
▲ 전자책표지 전자책 표지
ⓒ 박명옥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온라인을 통해 완전히 달라졌다. 나이 차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수많은 친구가 생겼다. 온라인 친구들은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에 도움이 되는 핫한 정보들도 알려준다.

가끔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시간이 어찌나 짧은지 헤어질 땐 항상 아쉽기만 하다. 60대에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해준 온라인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책을 통해, 돈 공부를 하며, 글쓰기를 배우며 만난 친구와 함께할 수 있어 노년이 더 즐겁다. 오늘도 행복한 새벽은 계속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