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3세, 부캐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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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옥 기자]
55살에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살 집도 없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었다. 넋이 나갈 만큼 빚에 짓눌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60을 넘어 준비 안 된 노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캄캄했다.
캄캄한 미래를 벗어날 방법을 찾던 중에 <50대 도전해서 부자 되는 법>이란 책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만났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좋은 건 따라 하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끈기 없는 난 혼자보단 함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던 터였다.
온라인 세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새벽 기상, 식비 절약, 책 읽기, 종잣돈 모으기, 블로그로 나를 알리기 등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 맘에 들어 온라인이라는 낯선 세상을 만났다. 그리고 벌써 2년이 흘렀고, 온라인과의 만남은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불빛을 향해 걸어가게 했다.
현실에서 난 63세다. 퇴직 2년 남은 공기업의 촉탁직 직원이다. 산동네 낡은 집에 산다. 아직은 앞날이 두렵기만 하다. 온라인에서는 다르다. 아무도 나의 나이에 관심이 없다.
▲ 쑥 버무리 봄 햇쑥과 쌀가루로 만들었어요 |
ⓒ 박명옥 |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 되세요."
새벽 5시에 만나는 채팅방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어색하던 줌 카메라가 이젠 자연스럽다. 새벽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기상 시간이 기록되는 타임 라이프로 사진을 찍어 단체카톡방에 올린다. 서로에게 축복의 글로 하루 시작을 알린다. 새벽 첫 시간 만남이 참 소중했다.
▲ 손맛디자이너 집밥만들기 집밥만들기 강의교제 |
ⓒ 박명옥 |
멀리 지방에서도 올라왔다. 결이 같은 친구들은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각자 발전해 가는 모습에 '가족도 놀라고 있다' '가족도 함께 새벽 독서를 시작했다'라는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에 듣는 우리도 훈훈했다. 다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이후 줌에서 만나면 한결 더 친해졌고 애틋하다.
온라인 친구들은 늘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블로그에 요리를 올리면 댓글로 응원해 주고 요리책을 보내주며 직접적으로 도와 주었다.
▲ 전자책표지 전자책 표지 |
ⓒ 박명옥 |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온라인을 통해 완전히 달라졌다. 나이 차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수많은 친구가 생겼다. 온라인 친구들은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에 도움이 되는 핫한 정보들도 알려준다.
가끔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시간이 어찌나 짧은지 헤어질 땐 항상 아쉽기만 하다. 60대에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해준 온라인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책을 통해, 돈 공부를 하며, 글쓰기를 배우며 만난 친구와 함께할 수 있어 노년이 더 즐겁다. 오늘도 행복한 새벽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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