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포탄 또 우회지원 하나[양낙규의 Defence Club]

양낙규 2024. 3.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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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국방비 예산 남으면서 지원 결정
155mm 포탄 등 우리 군에 우회지원 가능성

미국이 우크라이나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155mm 포탄 등이 포함될 예정인데, 우리 군이 사용하는 포탄을 우회적으로 지원할지 관심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시급하게 필요한 3억달러(약 4000억원)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국방부가 과거에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방산업체와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가격 협상이 잘 되면서 일부 예산이 남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55mm 포탄 구매 예산을 한 발당 130달러로 책정했지만, 실제 체결 금액은 93달러였다면서 이런 비용 절감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예산이 절감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는 155mm 포탄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이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로 사용되는 155㎜ 포탄은 연간 백만발 이상이 소요되면서 재고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의 포탄을 미국에 보내는 방식 등으로 ‘우회 지원’해 왔다.

우리 군은 지난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155mm 포탄 55만 발 등을 포함한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를 미국에 제공했다. WRSA-K는 미국이 1974년부터 5년 동안 한반도 전시상황에 대비해 한국에 가져온 탄약을 말한다.

WRSA-K 탄은 우리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어 미국이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어렵다. 다만, WRSA-K 탄이 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이어 미국은 포탄을 생산하는 국내 방산기업과 계약을 한 뒤 우리 군에 되갚는 방식이다.

미국이 이번에도 탄약을 요청할 경우 국내 방산기업은 포탄 생산시설을 늘려야 한다. 국내 방산업체에서 생산하는 양은 연간 구형 155mm(5~10만발), 신형 155mm(8만발)에 불과하다. 폴란드 등 K-9 자주포를 도입해 운용하는 국가도 우리나라의 K307·K310 포탄을 수입해 써 생산시설 확장은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은 대여한 포탄을 되갚는데 3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자체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포탄도 부족해 우회적 지원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작성된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에 따르면 155mm 항력감소고폭탄(BB)탄은 30일간의 전쟁에 필요한 포탄 중 63%만 확보하고 있으며 45일간 전쟁이 이어질 경우 절반 수준인 54%의 분량인 것으로 계산됐다. 해병대가 보유할 155mm 고폭탄의 경우 전시상황 30일간 쓸 수 있는 포탄은 필요 포탄 중 21.3%에 불과하다. JSOP는 군의 국방목표와 군사전략, 무기 획득 등 중·장기 계획이 담겼으며, 매년 작성된다.

국내 방산기업인 풍산은 올해 K9 자주포 등에 들어가는 155㎜ 포탄의 사거리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생산조차 못 할 처지에 놓였다. 풍산은 내년부터 연간 생산량을 7만 6000발에서 10만발로 늘리기 위해 이미 생산시설을 확충해 놓은 상황이다. 기존 K9에 들어가는 양산탄의 사거리는 약 40㎞였는데, 이번에 개발한 사거리연장탄은 약 60㎞에 이른다. 155㎜ 포탄의 경우 중동 지역에서 큰 관심을 보여 방산 수출도 기대되는 품목이다. 239mm 분산유도탄을 생산하는 한국디펜스인더스트리(KDI)는 2년간 120발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해 예산이 당장 필요한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군·탄종별 필요 수량에 따라 비축탄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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