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할 수 있지요, '마음'을 잃지 않으면
[변택주 기자]
'이 작은 것이 뭘 할 수 있을까?'
작은 것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런데 25층 아파트보다 더 크다는 미국삼나무 씨앗이 새끼손톱에 두어 개나 올라갈 만큼 작다는 걸 알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씨앗이 어찌 그리 커다랗게 자랄 수 있을까? 씨에 미국삼나무다움이 차려있기 때문이다.
▲ 작은 빛 하나가 나를 흔든다 |
ⓒ 불광출판사 |
<작은 빛 하나가>란 그림책을 만났다. "어둠 속에 머물고 있나요?"란 물음으로 문을 여는 이 책에선 어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만날 수 있다고 우리를 흔들고, 작은 빛 하나가 온 하늘을 밝힐 수는 없어도 작은 첫발은 뗄 수 있도록 한다면서 힘을 돋운다.
놀랍게도 작은 빛이 커질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작은 빛 하나면 나아갈 길은 너끈히 밝힐 수 있다고 흔들 뿐이다. 크게 외치지 않고 가만히 흔드는 <작은 빛 하나가>를 연주하다가 삼나무에 넋이 있듯이 빛에도 '넋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 작은 빛 하나면 길을 밝힐 수 있어요 |
ⓒ 불광출판사 |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타박타박 내디딘 작은 발걸음이 돌아 보여서였다. "작으면 어때. 작디작아서 모래 틈에라도 끼어들 수 있으니 좋지 않아?"라고 우리 스스로 다독이며 내디딘 걸음걸이였다.
서른 권 남짓한 책을 모아 문을 연 꼬마평화도서관에는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여섯 달에 한 번 평화 책을 뽑아 도서관마다 대여섯 권을 보내준다. 이렇게 한두 해 모이면 서른 권만 남기고 나머지는 이웃에 나눠 이어달리기처럼 꼬마평화도서관을 더 열자고 다짐했다.
▲ 꼬마평화도서관 평사리 |
ⓒ 변택주 |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겠다는 뜻을 세운 지 올해로 꼭 열 돌을 맞는다. 2014년 12월 9일 파주 도서출판보리 1층에 있는 카페 보리와 철새에 첫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을 연 게 엊그제 같은 데 그새 열 해나 흘렀다.
둘레 사람들과 마음 모아 평화 책을 몇십 권만 모으면 누구나 평화도서관을 차릴 수 있다고 뜻을 세워 둘레 사람을 흔들었을 뿐인데 이제까지 꼬마평화도서관을 쉰한 개나 열었다.
▲ 연립주택현관 꼬마평화도서관에서도 그림책연주를 펼쳐집니다 |
ⓒ 변택주 |
꼬마평화도서관이 빠뜨리면 안 되는 일이 있는데 이웃들과 한 달에 한 번은 책을 읽고 뜻을 나눠야 한다. 그런데 읽기로 한 책을 다 읽지 못하면 멋쩍어하며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둘 생겼다.
그래서 미리 책을 읽을 것이 없이 만난 자리에서 그림책을 함께 소리 내어 읽고 느낌을 나누면 되지 않겠느냐고 뜻을 모았다. 짐을 던 사람들이 한결 가볍게 모임에 나왔다. 이렇게 해서 꼬마평화도서관 물꼬가 그림책으로 돌려졌다.
그림책을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는 걸 목소리 연주라고 하는데, 잔치 마당이 아니라면 여럿이라 해봤자 열서너 사람이다. 오붓한 연주마당에선 서로 눈 맞추며 느낌 나누기가 알짬이니까 두루 하면 여러 결을 알아 좋고, 적으면 깊어질 수 있어서 좋다. 조붓하니 둘러앉아 그림책에서 받은 느낌을 조용조용 나누는 마음은 발밤발밤 나아가는 작은 빛과 닮았다.
나도 그랬지만 그림책을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려니 하며 떠들어보지 않는 어른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몇 줄기 되지 않는 작은 빛에 빛다움이 다보록하듯이 몇 쪽 되지 않는 그림책에 그림책다움이 소복한 줄 알고 나면, 그림책이 새록새록 다가온다. 사람 맛(인간미)처럼 그림책 맛이 난다고나 할까? <작은 빛 하나가>를 맛보며 든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브런치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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