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엉망이네”…호텔업계, ‘자원재활용법’ 소비자 인식 개선이 먼저

임유정 2024. 3. 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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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등 숙박업소서 일회용품 규제 시행
당초 취지와 달리 편의점서 일회용품 구매 우려
소비자 설득‧환경 개선책 등 업계 과제로 남아
시그니엘 서울 객실 내 비치한 다회용 딥디크 어메니티ⓒ롯데호텔

이달 말부터 객실 50개가 넘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에서 손님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던 일회용품이 금지되는 가운데, 호텔업계를 중심으로 소비자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서비스’ 탓을 하는 소비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11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비닐이나 고무·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편의용품 제공을 최소화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호텔 등 50실 이상의 숙박시설’을 일회용 위생용품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내 대형호텔들은 최근 호텔 어메니티(욕실용품 및 소모품)를 다회용품으로 바꾸고 있다. 특급호텔 빅3(롯데·신라·조선)는 이미 객실에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을 대용량 디스펜서로 대체했다. 일회용 어메니티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호텔을 상징하는 어메니티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대다수의 호텔 어메니티들은 고가 브랜드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통해 호텔의 가치를 알리고 홍보한다. 시그니엘 서울은 니치향수 1세대 ‘딥티크’, 신라호텔은 영국 왕실에서 사용하는 ‘몰튼 브라운’ 등을 쓴다.

호텔 관계자는 “어메니티는 단순히 세면용품 역할을 담당하진 않는다”며 “고가의 제품으로 제작을 하다보니 고객들이 소장을 하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등 호텔의 급을 나누는 척도로 사용되거나 호텔을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이런 수단중 하나를 잃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회용품으로 상품을 교체한 이후 소모품 도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시민의식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도 손님들 중 일부가 이를 모두 가져가는 경우가 잇따라 생기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를 중고거래 플랫폼에 내다 파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선보인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대용량 디스펜서를 도입하고 있지만, 일부 손님들이 용기를 떼어가는 등 도난 사고가 발생하거나 과하게 많이 사용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며 “어메니티 미제공에 따른 가격 할인 요구도 있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객실 내 비치할 수 있는 디스펜서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칫솔치약 정도인데 유상으로 판매하기 보다는 사전에 미리 가져와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놓고 온 경우 고객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업계서는 이번 규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저감과 자원 재활용에 용이한 점이 이번 규제 시행에 있어 가장 크게 기대되는 점”이라며 “선진국 위주로 탄소 저감 관련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호텔 입장에서는 친환경적인 면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랜드 조선 객실 내 비치한 다회용 더 모먼트 어메니티ⓒ조선호텔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도 상당하다. 호텔에서 칫솔 등을 제공하지 못하게 했을 때 일부 손님들이 근처 편의점 등에서 일회용 제품을 사는 경우가 오히려 늘어나기만 할 수 있어서다. 당초 정부의 취지와 다르게 고객 불편만 초래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A(30대)씨는 “리사이클링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쓸 일회용품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 구입해 써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숙의 없이 숙박객의 편의만 감소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리필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앞서 어떤 사람이 객실을 다녀갔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특급호텔에 머물면서도 찝찝한 마음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해외 사례와 비교하기도 하다. 가령 대만의 경우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을 시 숙박료의 5% 가량을 할인하도록 고지하고 있다. 숙박료가 감면되는 효과가 있으니 고객들도 자발적으로 다회용품을 가지고 오고, 자연스레 서비스 탓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어메니티를 제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산 비용이 줄진 않는다”며 “일단 디스펜서 제작비용이 커지는 데다, 객실 내 재고 관리 역시 아무래도 상시 비치다보니 지급되는 1회용 어메니티와는 달리 분실 및 파손시 대체 비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 리필시 이물질 유입이 불가능하도록 호텔별 장치를 마련해놓고 운영 중이지만 논란이 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이 호텔 서비스 엉망이네’ 소리 듣지 않도록 최대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년 동안 계도 기간이 있었음에도 규제 시행 후 다양한 시행착오가 향후 호텔업계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정부의 ‘일회용품 자체를 쓰지말자’의 소기의 목표를 이루고, 어메니티 제공 여부가 호텔 서비스 인식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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