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시하는 의사의 면허 거둬들이는 게 정의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4. 3.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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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목숨 가지고 정부 협박하다니
제자들 집단파업 부추기는 교수들
서울대의대 교수들에게 ‘스승’은 뭔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금 국민 다수가 정말로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의대생들의 집단휴학,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가 아니다. 걱정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순서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폐업 및 태업에 밀려 그들과의 타협을 모색하지나 않을까 하는 게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 일 것으로 짐작된다.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오찬에서 한 지도자는 “의료 개혁이 지금 전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은 과거 정부를 압박해서 정부 의료시책을 포기 혹은 축소‧변형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 학습효과로 이들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국민 목숨 가지고 정부 협박하다니

윤 대통령의 ‘초지일관’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의사들이 이번엔 대결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의료대란의 장기화로 인한 국민의 피로감 및 공포감 상승에 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시책과 이를 관철시키려는 의지를 믿기는 하지만 의사들이 다 의료현장을 떠나버리면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도 없다. 그래서 국민 일부가 ‘양비론’에 끌리게 되고 정부를 원망하게 될 개연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머리 좋은 ‘의사선생님’들이 이 점을 윤 대통령과 정부 교육‧보건 당국의 위크 포인트(weak point: 약점)라고 판단하고 있을 법하다.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 천하의 윤 대통령도 결국 물러서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과거의 투쟁성과를 공유하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를 실제로 강행하면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대한민국에 수련병원은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의과대학 교수를 포함한 14만 의사 모두는 전공의들과 같은 행보를 걷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에게도 전공의들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을 또 남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과오를 저지른다면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앞으로 회귀가 아니라 존립 자체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이렇게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압박 정도가 아니라 공공연한 협박이다. 의대 증원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의사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정부가 이들을 제재하면 의사 전체가 파업해 버리겠다는 말인데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머리 좋은 의사선생님들이니까 충분히 생각하고 내놓은 성명일 것이다. 그런데 ‘14만 의사’ 모두 집단 사직하면 정부가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믿는 근거는 뭔가? 의사가 없는 나라에서 국민은 질병‧부상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면 그 원망이 정부에 쏠리게 마련이다. 국민의 원성을 이길 정부는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 비대위의 판단을 추측하자면 이렇다.

제자들 집단파업 부추기는 교수들

참 대단한 의사선생님들이다.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의료적으로 국민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인식 아닌가? 사람 목숨 구하기를 본분이자 사명으로 여겨야 할 의사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 의료체계의 전면적 마비’를 대정부 협박수단으로 쓰다니!

이들의 동업자 의식은 유별나다. 자기들의 이익에 위협이 가해진다고 여기는 순간 이들은 일심동체가 된 듯 공동 대응한다. 집단 의료거부 행위로! 환자 및 그 가족들을 볼모삼아 정부와 대결하는 것인데,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답답한 측은 환자와 정부라고 여기는 것이다. 시간을 끌어 진료 거부의 효과가 두드러지도록 하는 게 이들의 투쟁 목표이자 목적이다. 아닌가? 이렇게 잔인한 수단을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의사들이, 자기들 이익 수호를 위해 휘두르다니! 기함(氣陷: 갑작스레 몹시 놀라거나 아프거나 하여 소리를 지르면서 넋을 잃음)할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개혁 광고에 대해서까지 모진 말로 공격을 가했다.

“정책의 당위성에 의구심을 가진 국민 여론이 정부에 불리해지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혈세를 동원하는 것이다. 세금을 이용해 국민의 눈과 귀를 거짓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과오를 인정하며 국민 앞에 사죄하라.”

국민이 언제 정책의 당위성을 의심스럽다고 했나? 국민 여론을 그렇게 중히 여긴다면 왜 자신들은 그에 따르지 않는가? 여전히 절대다수 국민이 의사들의 병원 복귀를 원하고 있는데도 귀 밖으로 듣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 여론’을 운위하는 것은 모순이거나 억지가 아닌가?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에 확산되는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중재안’이라는 것을 내놨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의 비대위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1년 뒤 결정 ▲국민과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대위는 의정(醫政) 모두 ‘증원 가능’을 전제로 대화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증원 규모 2000명을 확정하지 말 것 ▲의협에는 ‘전면 재검토’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의대 교수들에게 ‘스승’은 뭔가

의협측이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나섰지만 정부로서도 수용할 수 없는 안이다. 1년 후엔 무슨 수로 결정할 것인데? 의사 부족 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정부의 책무다.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지 의사들의 동의 사항이 아니다. 의사들이 국가 의료정책의 중핵적 위치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의사 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가에 개입할 자격이나 권리는 없다. 이해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는 한국의 의학교육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교수들은 모범적 스승상(像)을 구현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교수협의회의 비대위는 전날 긴급총회를 열고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예고했다. 의사의 본분과 사명을 들어 파업 제자 및 후배들을 꾸짖고 병원 복귀를 설득하기는커녕 의료 포기, 국민 협박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의료대란의 와중에 확인하게 되는 것은 의사들에게 의업은 돈벌이 수단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본분에 충실한 의사도 많다. 그러나 미다스왕의 황금 손을 한없이 동경하는 의사들에 비해 ‘일생을 인류봉사에 바치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의 숫자는 훨씬 적을 것 같다. 훌륭한 의사선생님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의사’라는 명칭에서 ‘돈벌레’를 연상하게 됐음을 솔직히 토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 정책이 자신의 돈벌이에 지장이 될 것 같으면 국민 건강 심지어 생명을 볼모로 투쟁하라고 당신들에게 국가가 교육기반을 제공하고, 면허를 줬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면허는 거두어들이는 게 정부의 책무다. 이런 행위를 용납하면 의사들의 추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욕심을 진정시키거나 제어할 방도를 영원히 찾지 못하게 된다. 환자를 외면한 결과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하고서도 집단적으로 병원을 떠난 의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가능한 모든 법을 동원해 처벌을 하는 게 그들의 금과옥조 ‘제네바 선언’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다. 아니라고 하겠는가?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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