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심상치 않다 [김봉신의 여론감각]

김봉신 2024. 3. 1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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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신의 여론감각] 두 자릿수 지지율, 상승세 뚜렷...'지민비조', 어디까지 확장될까

[김봉신 기자]

▲ 조국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 발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과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조국혁신당의 지지도가 연일 화제다. 등장한 지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제3당 위치에 안착할 기세를 보인다. 조국혁신당이 몇 석을 얻을지 예측해 달라는 독자 요청을 자주 접한다.

조국혁신당, 두 자릿수 의석 가능할까

솔직히 최근 필자의 가설이 빗나갔음을 고백한다. 필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비호감 이미지로 인해 조국신당이 등장해도 중도층 지지도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고, 중도 성향자의 비토로 더불어민주당과 동반 하락도 가능할 수 있다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전혀 다른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의 진보 성향 유권자 지지도가 생각보다 높고, 중도층 지지도도 평균 대비 낮지 않아 필자의 첫 가설은 어긋났다. 오히려 높게 형성되는 진보층 지지도를 발판으로 중도층 호감도를 견인할 수 있다면, 전체 평균 두 자릿수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얻어 두 자릿수 비례 의석을 확보, 원내 3당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해졌다.

이런 전망은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른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한국갤럽 3월 1주)에서 국민의미래 37%, 더불어민주연합 25%, 조국혁신당 15%의 분포를 보였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 모양새다.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3월 7~9일 조사한 결과에서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 정당 조사에서 19%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미래는 32%, 더불어민주연합은 21%를 기록했다.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2%p 격차로 사실상 차이가 없다. 본격적으로 민주당 계열 지지자를 반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JTBC-메타보이스 조사 결과 통계표는 아직 여심위에 공개되기 전이니, 한국갤럽 자체조사를 더 들여다 보자. 눈에 띄는 점은 역시 민주당 지지자의 26%가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62%였다. 표심이 분산된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90%가 국민의미래를 지지하고 개혁신당으로 분산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는 점을 봤을 때, 조국혁신당의 파괴력이 눈에 띈다. 
 
▲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 한국갤럽 3월 1주 한국갤럽이 3월 5~7일 조사한 결과,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에서 15%를 얻어 3위에 올랐다.
ⓒ 한국갤럽
 
조국혁신당은 진보층 중 32%의 지지를 얻어, 42%의 지지를 얻고 있는 더불어민주연합 대비 10%p 격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고 있어서 주목된다(진보층 응답자 294명을 기준으로 재계산시 오차범위는 ±5.7%p). 중도층에서도 조국혁신당은 13%의 지지를 얻었다. 

비현실적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 여의도의 일부 분석가들은 조국혁신당이 민주계열 정당 모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비례 의석수 22~25석을 반분한다면, 11~13석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빅스피커' 신장식의 가능성 
 
▲ IT 전문가 이해민, 조국혁신당의 인재영입 2호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두 번째 인재영입식에서 인재영입1호 신장식 변호사, 인재영입2호 IT 전문가 이해민 씨, 조국 대표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해민 씨는 15년 이상 구글에서 제품책임자로 일했으며, 현재 스타트업에서 기술임원으로 재직 중인 IT 전문가이자 워킹맘이다.
ⓒ 이정민
 
조국혁신당 창당으로 조국이 뜨는지, 아니면 조국의 잠재력이 발현돼 조국혁신당이 뜨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국은 한국갤럽 3월 1주 조사 '장래 정치 지도자'에서 대선주자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처음부터 3%로 등장했다. 선택지가 없는 자유응답식 문항에서 1%만 나와도 정치 지도자로서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대선 이후 한동훈과 김동연이 처음 등장할 때 4%였는데, 한동훈은 새로 출범한 정부의 장관이었고, 김동연은 가장 큰 광역단체의 도지사였다. 지난 정부에서 장관직을 아주 짧게 지낸 조국의 3%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조국을 언급한 응답자는 호남 거주자 중 7%, 진보층 중 5%, 50대 6%다. 야권 1위인 이재명 대표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성장세를 주목할 수준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1호인 신장식 변호사는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을 청취율 1위로 이끌던 진행자였다. 조국혁신당이 짧은 시간 내 큰 성장세를 보인 데는 신장식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주 동안 카카오데이터트렌드의 검색량 추이를 보자.
 
▲ 카카오데이터트렌드 검색량 변화 추이 - 2월 26일부터 2주 카카오데이터트렌드에서 지난 2주 동안의 장래 정치 지도자 3명과 신장식 변호사의 검색량 변화량을 확인해 봤다.
ⓒ 카카오데이터트렌드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에서 1%로 이름을 올린 이탄희·김동연·원희룡의 검색량과 견줘봤을 때 신장식은 눈여겨볼만한 검색량을 기록했다. 공직을 맡고 있지 않지만, 최근 어느 당의 그 누구보다 '스피커'로서 중량감이 있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지지도 성장을 보이고 있는 조국혁신당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두 지점을 보자.

[# 한계①] 진보층 일부에서 응집력 발휘

위에서 조국혁신당 비례 투표 의향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계층은 사실 민주당 지지자의 분포 비율이 전통적으로 높았다. 진보층, 호남 거주자, 4050세대 등이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비례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1/4 정도다.

필자는 여기에서 민주당이 최근 서울에서 국민의힘 대비 지지도가 오차범위를 넘는 격차로 열세를 보였던 점을 주목한다. 한국갤럽 2월 27~29일 조사 중 서울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를 넘는 17%p 격차로 열세였고, 3월 5~7일 조사에선 21%p 격차로 열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보는 현상이다.

앞서 조국이 3%로 이름을 올린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단골 1위는 이재명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동훈과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면서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한동훈 24% 대 이재명 23%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 대등하지만, 수치만으로 보면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같다.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중 이재명-한동훈의 경쟁에서 서울 거주자의 언급량은 2월 1주 조사에선 21%-21%로 동률이었다. 그런데 3월 1주 조사에서는 27%(한동훈)-19%(이재명)로 역시 변화가 보였다. 물론 서울 거주자의 표본 수를 고려하면 오차범위 이내지만 격차는 8%p였다. 지난달 갤럽 같은 조사에서 호남 거주자의 43%가 이재명이라고 응답했지만, 3월엔 30%로 떨어졌다. 오차범위 내이지만 13%p 두 자릿수 하락이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호남에서 평균 대비 높은 비례대표 지지도를 보였으나, 서울에선 그렇지 않다. 민주당 지지자의 이탈이 뚜렷하게 보였던 서울에서 조국혁신당은 그다지 지지세를 확장하지 못한다는 점이 특이해 보인다. 필자는 호남과 서울의 민주당 지지자의 이탈 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본다.

즉,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 계열 정당에게 '보수 정당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요구했던 반면, 서울의 민주당 지지자는 '다양한 계파의 공존과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호남 민주당 지지자에게 조국혁신당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겠으나, 최근 벌어진 민주당 내 공천 과정 불협화음으로 잠시 지지를 철회한 서울 거주 스윙이탈자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할 이유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한계②] '지민비조' 전략, 계속 먹힐까 

민주당에서 분리 독립한 제3정당의 여러 실험 중 2016년 국민의당과 2020년 열린민주당의 성장 모델을 비교해보자. 국민의당은 지역구와 비례 모두에 후보를 냈고, 호남에 기반했고, 대선주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상당히 적대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비례 의석 13석 포함 총 38석.

이와 달리 2020년 열린민주당은 처음부터 민주당의 비례 플랫폼(위성) 정당을 자임했고, 지역 기반보다는 '매운 민주당'을 지향하며 중도주의를 배격했다.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았고 대선주자는 없었다. 민주당에 호의적이었지만 선거 말미에 민주당에 의한 디마케팅으로 여론조사에서 10% 중반대의 비례 투표 의향을 얻다가 실제 비례 득표는 5.4%에 그쳐 3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조국혁신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10% 중후반대의 비례 지지도를 얻고 있지만, 과연 조국혁신당은 국민의당-열린민주당 두 사례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지금까지 조국혁신당 성장세를 지탱하는 전략은 '지민비조(지역은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인데, 문제는 이게 초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엔 도움이 되었겠지만 '성장세를 이어갈 매출 제고'엔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본선에서 민주당이 자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놔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협조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를 외친다고 민주당이 덩달아 지민비조를 외칠 수는 없을 듯하다.

조국혁신당, 성장의 조건

조국 대표는 자신을 대표적인 정치탄압의 피해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신장식은 진보정당인 정의당 출신으로 노회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두 인물이 만들어 내는 조국혁신당의 이미지는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 내면화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당장 새로운 제3정당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현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고질적인 혐오정치의 극복이란 두 가지 과제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정당들이 이 두 측면에서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연 조국혁신당은 다를까?

앞서 '매운맛 민주당'이라는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이 최근 내세운 '정의당을 대체하겠다'는 주장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 조국혁신당이 어떤 정체성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3월 10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조국혁신당 경남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조국 대표.
ⓒ 윤성효

덧붙이는 글 | [기사 내 인용 여론조사]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 한국갤럽 자체로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진행 - 제577호 2024년 3월 1주: 2024년 3월 5~7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제576호 2024년 2월 5주: 2024년 2월 27~29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제573호 2024년 2월 1주: 2024년 1월 30일~2월 1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JTBC-메타보이스 현안 조사 -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진행 - 2024년 3월 7~9일 조사 / 표본오차 : ±2.2%p(95% 신뢰수준) *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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