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 Next]'내우외환' 휩싸인 SPC…돌파구는?
경영 공백에 정부 '물가인하' 압박까지
ESG 리스크 이어 사법리스크 '흔들'
SPC그룹이 경영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 강선희 SPC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사임한 데 이어 공동대표인 황재복 대표가 노조 와해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로 'ESG(환경·지배구조·사회) 리스크'에 시달린 데다, 또다시 사법리스크까지 덮쳤다. 정부가 밀 가격 하락을 앞세워 빵값 인하 압박에 나선 점도 실적에 부담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황 대표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황 대표는 2019년 7월부터 3년간 PB파트너즈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기능 인력 채용과 양성을 담당하는 SPC그룹의 자회사다.
초유의 공동대표 부재 사태…의사결정 지연 점주 피해 우려
앞서 SPC 공동대표였던 강 대표는 지난 2일 취임 1년 만에 돌연 사임했다. 강 대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남편 김진모 충북 청주시 서원구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출신인 강 대표는 지난해 SPC그룹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법무와 대관, 홍보 등 대외 업무를 맡아왔다.
SPC그룹은 강 대표에 이어 황 대표의 구속으로 초유의 '대표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표 부재는 곧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질 수 있어 기업에 치명타"라면서 "특히 황 대표는 파리바게뜨, 파스꾸찌 등 가맹점이 4000개에 달하는 파리크라상 대표까지 맡고 있어 의사결정 지연이 점주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노조 탈퇴 강요 혐의와 함께 뇌물 공여 혐의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 6급 수사관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과 같은 각종 수사정보를 넘겨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로 620만원 상당의 SPC 상품권과 골프, 식사 접대 등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 조사는 허 회장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정위, 통행세 고발부터 검찰 조사까지…SPC 수난사
해당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7월 SPC에 대해 계열사를 동원해 SPC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했다며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황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공정위는 파리크라상과 SPL, BR코리아 등 SPC 계열사들이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계열사로부터 원재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SPC삼립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삼립에 7년간 414억원을 부당 지원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SPC 제빵 계열사들이 이 같은 거래를 통해 허 회장과 장남 허진수 사장, 차남 허희수 부사장 등이 33%를 보유한 SPC삼립의 주가를 높여 승계 과정에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허 회장과 황 대표 등이 허 회장 일가에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2022년 12월 기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4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SPC가 승리했다. 서울고법은 ▲밀가루 및 원재료 통행세 거래 ▲밀다원 주식거래를 통한 부당 지원 ▲샤니판매망 양도를 통한 부당 지원 ▲상표권 사용을 통한 부당 지원 등 공정위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부당 지원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법리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과징금도 대부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허 회장도 지난달 1심에서 배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허 회장이 밀다원 주식을 저가로 매각할 범죄적 유인이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같은 판결로 일단락된 사건은 지난달 검찰이 허 회장 등에 대한 배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이 수사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SPC그룹 임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양측을 구속 기소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밀 가격 하락에 '빵값 인하 압박'
SPC그룹은 정부의 물가 인하 압박까지 받고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3일 식품기업 대표들과 물가 관련 간담회를 연다.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서자 식품업계 대표를 소집해 물가 안정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SPC를 포함해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등 20곳이 참석 대상이다.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한 만큼 가공식품 가격 인하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총리는 6일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국제 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와 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원재료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 지난해 7월 SPC삼립과 파리바게뜨 등은 제품 30종에 대한 가격을 인하했다. 이 때문에 원·부재료와 인건비 등 원가상승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가 어려운 입장이다. 실제 SPC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PC삼립의 지난해 매출은 3조4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늘고, 영업이익은 937억원으로 4.7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익의 경우 증가세가 꺾이진 않았지만 포켓몬빵 흥행으로 2년 연속 20% 이상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숫자다.
식품업계에선 지난해 SPC 계열의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끼임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진 데 이어 사법리스크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SPC의 장기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SPC그룹은 아직까지 압도적 점유율을 기반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오고 있지만 쿠팡에서 케이크를 배송할 만큼 이 분야도 격변하는 중"이라며 "경영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기업 이미지 반전이 안 되면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PC그룹이 위기 탈출을 위해 허진수 사장의 조기 승계가 거론되기도 한다. SPC삼립 주식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기준 허 회장(4.64%)에 이어 허 사장이 16.31%, 허희수 부사장이 11.94%를 보유하고 있다. 허 사장은 현재 SPC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만 SPC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영진의 승계 여부에 대해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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