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은행의 절박함을 보고 싶다 [기자수첩-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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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가 마무리됐다.
은행들은 수십년간 예금으로 돈을 굴리며 목돈을 만든 60대 고령자나 주부에게 ELS를 무리하게 팔아놓고선 자기책임 원칙이란 잣대를 들이댔다.
대형 은행들이 이익을 나눠 가지는 과점 구조에서, 또다시 사태가 잠잠해지면 고객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안일함으로 일관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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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가 마무리됐다. 은행원들이 실적 쌓기에 급급해 고위험 파생상품을 마구잡이로 판매한 정황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취재를 통해 만난 피해자들의 ELS 가입 과정을 들여다봤을 때도 은행들이 고객을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은행 서비스의 후진성과 관련이 깊다. 작금의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에는 고객에 대한 처절한 고민과 철학의 흔적이 부재하다. 판매수수료 위주의 단기 성과에 매몰된 탓에 근시안적 영업 관행이 만연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위 돈이 될만한 고액자산가가 아니라면 열과 성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할 마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번 ELS 사태도 그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내부 행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수십년간 예금으로 돈을 굴리며 목돈을 만든 60대 고령자나 주부에게 ELS를 무리하게 팔아놓고선 자기책임 원칙이란 잣대를 들이댔다. 상품에 관해 최소한의 설명의무도 지키지 않고선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 떠미는 것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들이 구태여 은행을 찾아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은행권은 계속해서 고객의 신뢰를 잃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사태를 경험하고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탓이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사례에 대한 책임 있는 배상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제라도 ELS 사태를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뒤늦은 성장통으로 여겨야 한다. 두 사태 이후 각종 소비자 보호 장치들이 마련됐지만, 모두 취지에 걸맞게 작동되지 않았다.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지만, 규제만 늘어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게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 중 하나다.
결국 은행 스스로 의식하고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형 은행들이 이익을 나눠 가지는 과점 구조에서, 또다시 사태가 잠잠해지면 고객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안일함으로 일관해선 곤란하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절박함으로 몸부림치는 은행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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