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배상]은행 vs 가입자 2라운드…소송까지 가나

유제훈 2024. 3. 13.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입자들 15일부터 릴레이 집회 '강경대응'
은행들은 법리검토…조정안 수용 가능성
결국 웃는 자는 '로펌'이라는 시각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기준안(조정안)을 내놓으면서 피해배상 비율 문제를 두고 은행과 상품 가입자 간 대립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가입자 단체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속 개최할 예정이며, 시중은행은 태스크포스(TF)·로펌 등을 통해 배상액 추정 및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일각선 이번 사태가 결국 법정 소송전으로까지 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다만 업계에선 시중은행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입자들은 오는 15일 NH농협은행 본점을 시작으로 릴레이 집회를 예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조정안에서 제시한 판매자 귀책 사유 적용 비율이 크게 낮다는 입장이다. 가입자들은 은행들이 고의로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손실이 없다고 속여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통화에서 "수십 번 가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골라내야 하지만 예·적금을 가입하러 갔다가 회유를 당한 사람까지 적용이 되니 억울한 것"이라며 "이제 바통이 넘어갔기 때문에 은행과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대신 내부 회의 및 대형 법무법인과의 논의를 통해 전체 배상 규모와 이에 따르는 법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업계 안팎에선 자율배상 시 평균 배상 비율은 약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배상액은 1조~2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으로서도 할 말은 적지 않다.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법리적 판단 없이 자율배상하기엔 다퉈볼 지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모펀드로 가입 계좌가 약 40만좌에 이를 정도로 보편적인 상품인 점,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때와 다르게 상품구조엔 문제가 없다는 점 등도 은행들이 기본배상 비율을 적용받는 데 불만을 터뜨리는 요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액 보상'을 요구하는 ELS 가입자로서도 20~40%의 기본배상 비율이 성에 차지 않고, 은행으로서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자율배상은 이를 결정할 경영진·이사회의 배임 이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60~70%대에 이르고, 이들은 무엇보다 배당에 민감하다"면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그만큼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데, 어떤 법적 근거 없는 자율배상은 배임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권에선 은행권이 이번 조정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조정안이 마뜩잖은 건 맞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와 일일이 개별적인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국도 제재·과징금 감면 등으로 일종의 '당근'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결국은 수용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이런 분위기에서 라이선스업인 은행이 배상안을 거부하긴 쉽지 않다"며 "배임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LS 가입자의 소송 역시 실익이 크지 않단 견해도 있다. 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들도 각종 서류·녹취 등을 의무화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법정에선 판매사의 위법 사항을 증명해야 할 개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 등 전례를 봐도 소송으로 가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고, 결과도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태가 2라운드로 진입하면서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득을 보는 것은 대형 법무법인이란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요 로펌과 수십억 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은행은 동시에 로펌 2곳을 선임한 경우도 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이 싸움에서 웃는 건 결국 로펌"이라면서 "수백억 원대 수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