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정유 웃고, 석화 울고…힘받는 여수NCC·LC타이탄 매각설

김재민 2024. 3.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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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유 수요↑, 유가상승 등 정유 1분기 전망 ‘긍정’
중국 공급 과잉에 국내 석화업계 ‘에틸렌發’ 침체 지속
NCC 매각·신사업 확대 검토, “올해는 부진 이어질 듯”
UAE 할리바 광구. 한국석유공사

지난해 주춤했던 정유업계가 올 1분기 긍정의 반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석유화학업계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매각설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가 컨센서스 추정 기관 수 3곳 이상의 예상을 종합한 결과, S-OIL의 올해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약 9조855억원, 영업이익 약 4676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4분기 정유부문에서 2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에 비해 크게 반등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1분기 매출 18조2938억원, 영업이익 4599억원으로 추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4%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22.6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등 여파로 지난해 보릿고개를 넘었던 정유업계지만, 올해 들어 동절기 난방유·항공유의 수요 증가, 글로벌 정유사들의 가동 차질 등 요인으로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OPEC+ 소속 산유국들이 자발적 원유 감산을 2분기까지 연장한다고 밝혀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예정인 점도 정유업계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한파 이후 미국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80% 수준으로 하락했고 춘절 영향으로 중국 정제설비 가동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유가와 정제마진 강세는 올해 1분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중국 공급 과잉’ 타격 석화업계, NCC 매각 카드 만지작

반면 석유화학업계에선 업계 대표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판매가격과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 차이)’가 지난 5일 기준 1톤당 249.64달러로, 지난해 4월 이후 1년 가까이 손익분기점인 1톤당 300달러를 넘지 못하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더불어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석유화학원료 공장을 대폭 증설하며 자급화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이 위축된 탓이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5174만톤으로 2020년(3227만톤) 대비 60% 증가했으며, 2025년엔 5597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틸렌, 프로필렌(PP) 등의 중국 자급률은 2020년 이미 100%를 넘어서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로 2020년(42.9%) 대비 6.6%p 감소(한국석유화학협회)했으며, 국내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 역시 2021년 93%에서 지난해 74%로 감소했다. 

중국의 에틸렌 설비 증설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원유에서 NCC를 거치지 않고 즉각 에틸렌을 뽑아내는 COTC 공법이 도입되는 등 환경이 빠르게 변하자 석유화학업계에서도 NCC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 LG화학

LG화학은 지난해 4월에 이어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매수자를 찾지 못해 한 차례 무산돼, 이번에는 2공장을 분할한 뒤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을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와 진행하고 있다는 구체적 대안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향후 에틸렌은 1공장에 전담하고, 2공장 매각 자금을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투자할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말레이시아 소재 대규모 생산기지인 LC타이탄을 매각하기 위한 인수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C타이탄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 매년 3000억~5000억원가량의 이익을 창출했으나 역시 중국의 영향으로 지난해 6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공시 등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황이 어려운 데다 체질개선이 이뤄지는 현 시점 NCC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등의 대규모 설비를 동원한 공급 과잉이 국내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매각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아직 발을 뻗지 못한 고부가가치 제품군 등 다운스트림 경쟁력 강화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우리가 생산한 것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수출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의 경제 활성화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아 수요가 축소됐고, 중국 내 자급률도 올라가면서 우리 기업의 마진이 떨어진 구조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결국은 경기 회복이 관건이며, (업황이)올해까지 부진을 겪은 뒤 2025년부터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양회를 통해 침체된 자국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밝힌 만큼, 향후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 과잉이 해소돼 시황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석유화학 사업과 별개로 3대 신성장 동력 및 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 등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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