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주범 ‘그리드플레이션’…곡물價 내려도 국내 식품값 ‘고공행진’ [위기의 식량②]
물가당국, ‘그리드플레이션’ 정조준
崔 “곡물값 하락, 식품가격 내려야”
식품업계 “당장 가격 내리기 어렵다”
새해 첫 달 2%대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였던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식료품값이 국내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꼽히는 상황에서도 국제 곡물 가격은 꾸준하게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로 물가 불안이 커지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1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전월보다 0.7% 하락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24.6에서 지난달 110대 중후반까지 매월 하락세가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를 기록한 2022년 3월(159.7)부터 줄곧 내림세다. FAO는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한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전월 대비 5.0% 하락했다. 러시아산 밀 수출 확대로 인해 가격이 내려갔고, 유럽산 등 다른 지역 밀 가격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옥수수 가격도 내려갔는데 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대규모 수확이 예상되고 우크라이나에서 원활한 해상 운송을 활용하고자 가격 경쟁력을 높인 탓이다. 또 일부 국가에서 신곡 수확이 시작되고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대부분 수입 수요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도 내림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1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23.5로 전망했다. 1년 전인 158.8보다 약 22% 하락한 수준이다. 농경연은 지난해 4분기(129.4)보다 4.5% 하락한 것으로 오는 2분기에는 123.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료가격 하락 땐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는 다수 식품업체가 원재룟값 상승 탓에 인상 제품값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1㎏당)은 지난 8일 기준 1929원으로, 2022년 3월 3일 1456원보다 473원 올랐다. 같은 기간 오뚜기 옛날국수 소면(900g) 평균가격은 4135원으로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22년 3월인 3364원보다 771원 비싸졌다.
이들 제품의 주요 원료가격이 낮아졌으나, 제품 판매값은 내려갈 기미 없이 기존 인상 폭을 유지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에 직결된 식료품 물가가 높은 수준인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5일 “한 번 올린 소비자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짧은 기간 내 유례없이 올린 식품 가격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품업계도 정부 지적에 반발했다. 일부 원재룟값이 감소했으나 인건비, 물류·시설비, 에너지비용 등 기타 비용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당장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이익이 저조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값 인하를 위해선 국제 곡물가격 하락 흐름이 6개월가량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당국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식품업계를 만나 가격 하락분을 식품 가격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도 농산물 가격 폭등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매일 과일과 채소류 등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고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물가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끝나지 않은 ‘밀크플레이션’…올해도 가격 기록적으로 오르나 [위기의 식량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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