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배상안 '진통'…투자자 피해 증명 '난항' [홍콩 ELS 후폭풍]

이세미 2024. 3.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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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마련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분쟁조정기준안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했지만 투자 사례에 따른 제각각 비율로 은행과 투자자의 입장 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증권사와 은행의 배상비율이 최대 15%p 벌어져 있고 각 세부항목에 대한 차감비율 기준의 근거가 법적으로 충분하지 않아 오히려 판매사와 투자자간 갈등을 증폭시킬수 있는 요인이 될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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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기준에 갈등 증폭
은행, 자율배상 놓고 ‘고심’
투자자 “철저히 은행입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검사 결과와 분쟁 조정 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마련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분쟁조정기준안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했지만 투자 사례에 따른 제각각 비율로 은행과 투자자의 입장 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판매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은행들 역시 4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의 피해 사례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 등 부담이 커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투자 손실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에 ‘최대 100% 배상’을 권고하는 분쟁 조정 기준을 내놨다. 이번 기준안의 배상 비율은 일괄배상이 아닌 차등배상을 기본 골자로 한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판매사에게 20~40%의 기본배상비율을 매기고, 개별 투자자 사례에 따라 일정 비율을 더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른 배상비율은 최소 0%에서 최대 100% 범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0% 배상을 받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한 푼도 못받는 사례도 나온다는 의미다.

배상 기준이 발표된 후 은행권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우선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된 후 배상규모를 집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에 돌입하는 등 다각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상품 판매 시 진행된 녹취본을 재청취하고 은행 자체적으로 배상비율과 금액을 산정하는 등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의적인 자율 배상이 배임 행위에 해당할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금융당국 기준안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건건이 배상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국이 제시한 모호한 기준점에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투자자 피해를 증명하기가 난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시내에 시중은행들의 자동화기기가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은행은 향후 규모 및 투자자 유형이 각기 다른 탓에 개별 가입자에 일일이 연락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만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홍콩 ELS 판매 계좌는 총 39만6000개(18조8000억원)인데 39만개가 개인 계좌다.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고액 자산가의 경우 한 은행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더라도 설명부족 등의 이유로 여러 은행서 배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안에는 20회 이하로 재투자한 투자자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이 달려있다.

만약 금감원이 예상한 배상비율 20~60%로 진행될 시 현재기준에서 손실률 53.5%를 반영하면 은행들은 1조5000억~4조6000억원 수준의 피해액을 배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4조9000억원대와 맞먹는 규모다.

배상 기준의 근거가 모호한 점도 문제다. 증권사와 은행의 배상비율이 최대 15%p 벌어져 있고 각 세부항목에 대한 차감비율 기준의 근거가 법적으로 충분하지 않아 오히려 판매사와 투자자간 갈등을 증폭시킬수 있는 요인이 될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자율 배상안에 소비자 입장이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은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증거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번 배상안은 철저히 은행 입장에서 짜여졌다”고 항의했다.

만약 자율배상이 불발되면 금감원의 공식 분쟁조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매듭을 짓지 못할 경우 개별 소송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피해자 단체는 오는 15일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이날 배상안 관련 항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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