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까지 징계 가능할까…금융당국 '절치부심' [홍콩 ELS 후폭풍]
원칙적으로 엄중 조치하겠다지만
DLF 중징계 법원서 뒤집힌 전력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배경에 조직적인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판매한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제재 대상이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원칙적으로 판매사에 대한 기관 제재는 물론 은행장 등 임직원에게까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앞서 금융당국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가 법정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현실을 감안하면, 절치부심에도 불구하고 선뜻 칼을 빼들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3일 금감원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2월 만기를 맞는 해당 상품 잔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 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홍콩 H지수 ELS에서 원금 손실이 본격적으로 확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 토막 난 탓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2021년 초까지만 해도 1만~1만2000포인트에 달했지만, 최근 5000포인트 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본점의 판매 시스템 설계 미흡으로 인한 판매 규제 위반과 일선 현장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있었다고 봤다. 홍콩 H지수 ELS 판매사들이 손실 위험 확대기에도 과도한 영업 목표와 부적절한 성과 지표 등을 통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판매 한도 관리나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등에는 소홀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기관·임직원을 상대로 한 제재 등 확인된 위법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CEO 제재 등 판매사에 대한 예상 제재 수준을 묻는 질문에 "검사 결과를 조속히 정리해 제재 절차를 신속하게 개시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제재 범위와 수준은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또 다시 은행장 등 금융사 CEO에 대한 중징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19년 DLF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불거졌을 때도 판매 당시 행장들에게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제재를 내린 바 있어서다. 이로 인해 각각 하나은행장, 우리은행장이었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문제는 이후 이어진 법정 공방에서 금융당국이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이같은 징계가 취소됐다는 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달 함 회장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함 회장과 같은 사안으로 징계를 받았던 손 전 회장 역시 1심과 2심에 이어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관건은 내부통제 마련의무와 준수의무였다. 현행법 상 금융사 임원은 내부통제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충분한 내부통제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에 대한 운영 문제를 들어 CEO에게 징계를 내린 건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내부통제 관련 제재에는 아직 조심스런 반응이다. 이번 홍콩 H지수 ELS와 관련, 향후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제재도 진행되는지 여부에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 제재 여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별도로 검토될 사안"이라며 "내부통제 부실 관련 제재 여부는 관련 법령과 법원 판결, 그동안 정립된 제재 기준 등을 감안해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태의 규모로만 보면 DLF 때보다 이번 ELS 사례가 제재의 명분이 더 클 수 있다"면서도 "내부통제와 관련한 CEO징계의 경우 앞서 나온 불리한 판례를 감안하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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