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아픈 손가락' EV9, 바다 건너니 물 만난 이유
올해부터 美 보조금 받을까… 생산 앞당기는 기아
국내서 '주행 중 동력 상실' 부정 이슈 관리 미흡해
"해외 브랜드 위상 높아지고, 해당 세그먼트 경쟁자 없다"
기아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대형 전기 SUV 'EV9'이 해외 주요 시장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전문지가 꼽은 '올해의 차'에 연일 오르는 데 이어 판매량 역시 월 평균 1000대를 훌쩍 넘기고 있어서다.
국내에선 출시 직후 ICCU(주행중 동력상실) 문제로 적극적인 대처가 미흡했던데다 '국민 브랜드'가 내놓은 1억원대 전기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지만, 해외에선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EV9은 올해 1~2월 미국에서 총 2726대를 판매했다. 월별로 보면 1월은 1408대, 2월 1318대로 월 평균 1000대를 거뜬히 넘겼다.
유럽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1월 EV9의 유럽 판매량은 1296대, 2월은 838대로 총 2134대를 판매했다. 같은기간 국내 판매량이 총 926대인 것을 감안하면, 유럽과 미국 판매량이 두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주목되는 점은 해외 판매가격이 국내보다 높게 책정됐단 점이다. 미국에서의 시작 가격은 5만4900달러(약 7191만원)로, 국내 판매가격(7337만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에서 전량 수입 판매하는만큼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유럽에서는 아예 프리미엄 전략이 적용돼 기본 가격부터 1억을 훌쩍 넘긴다. 유럽에서의 시작가격은 7만4990유로로, 한화 약 1억 740만원에 달한다. 영국에서는 6만4995파운드(1억 900만원)에 육박한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EV9에 대한 극찬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해외 유수의 전문지가 진행하는 어워즈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면서다. 올해에만 ▲2024 북미 올해의 차 ▲2024 영국 올해의 차 ▲2024 세계 여성 올해의 차 ▲2024 왓 카? 어워즈 ‘최고의 7인승 전기차’ ▲ 탑 레이티드 어워드 2024 ‘최고의 전기 SUV’ 및 ‘베스트 오브 베스트’ ▲2024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 등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선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EV9의 판매가 유독 높은 이유로 브랜드 이미지를 꼽는다. 국내에서는 '중저가 국민 브랜드'로 통하지만, 해외에선 '믿고 타는 수입차'로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해외 전기차 시장에 발빠르게 뛰어들면서 전기차 품질력에 대한 평가가 최근 1-2년 사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코나EV, 니로 EV 모델로 전기차 판매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던 데다 지난 2022년 아이오닉5, EV6 등을 시작으로 전기차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품질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 과거 '싼값에 타는 차'의 이미지는 벗어던진 지 오래"라며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은 이미 EV6에서부터 호평을 받아왔고, EV9의 성공도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저가 국민 브랜드'로서 최대 1억을 호가하는 가격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 실패 요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EV9은 출시 초기 열띤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ICCU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직후 불거졌던 ICCU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었지만, 미흡했고 이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해외 시장에서 EV9이 통하고 있다는 것은 높은 가격대에도 살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뻔 했던 EV9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기아는 올해 EV9의 미국 현지 생산을 앞당겨 적극적으로 시장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기아는 올 봄부터 미국 현지에서 EV9을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5000달러의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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