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살 뺀 ‘비만약’ 뜨자…고수는 ‘항공주’ 쓸어간 이유
세계인 3명 중 1명 ‘뚱뚱’…비대해지는 비만약 시장
■ 경제+
「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govy).” 2022년 10월 날씬해진 몸매로 등장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어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주사형 비만 치료제다. 일주일에 한 번만 투약하면 1년 만에 체중의 17%를 감량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간 10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품절대란’을 겪고 있다. 인간이 비만을 정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일까?
」
1. 승객 살빼면 항공 연료비…식욕 억제, 식품사엔 불똥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양대 산맥은 위고비와 일라이릴리(미국)의 ‘젭바운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두 제품이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점유율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 시장에 대한 기대가 감지된다. 지난달 14일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일리 등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KODEX 글로벌 비만 치료제 TOP2+’를 출시했다. 하필 밸런타인데이 출시로 화제(?)가 된 이 상품은 상장 뒤 7거래일 만에 개인 순매수 200억원을 넘어섰다. KB자산운용도 지난달 27일 ‘KBSTAR 글로벌 비만산업 TOP2+’ ETF를 출시했다.
실제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제약산업 지수는 2021년 이후 16% 하락했지만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주가는 각각 243%, 340%씩 올랐다. 급기야 지난해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 명품 기업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시총 1위에 올랐고, 일라이릴리는 부동의 글로벌 제약 시총 1위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제약주가 됐다.
주가 상승의 동력은 탄탄한 매출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4분기 당뇨병·비만 관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613억 크로네(약 12조원)로 집계됐다. 출시 첫해인 2022년 1조원가량 팔린 위고비는 1년 만에 313억 크로네(약 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젭바운드는 지난해 11월 출시 뒤 두 달 만에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원)어치가 팔렸다. 덕분에 일라이릴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341억 달러(약 45조원)를 기록했다.
2. ‘비만약 톱2’ ETF도 등장…8년 뒤 133조원 시장 예상
비만 치료제는 블록버스터 신약(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의약품)으로 꼽힌다. 주요국 인구의 무려 3분의 1이 치료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비만재단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환자는 10억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계 비만율은 1975년 이후 3배로 뛰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비만 인구는 전체의 42.7%다. 멕시코(36.9%), 호주(31.3%), 캐나다(24.3%), 영국(20.1%) 등도 비만율이 높은 편이다.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요도 빠질 수 없다. 한국의 경우 비만율이 4.7%로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지만, 날씬해지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위고비가 판매되면 만만치 않은 수요가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비만 치료제에 대해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 버금가는 ‘황금의 땅’”이라며 연평균 50%씩 성장해 2032년 1000억 달러(약 133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2차전지 산업(1210억 달러)보다 조금 작고, 모바일 게임 산업(900억 달러)보다 살짝 큰 규모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은 지금까지 등장한 다이어트 약 중 가장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비만은 탈모와 마찬가지로 현대의학으로 풀 수 없는 난제로 여겨져 왔다. 지방흡입술, 위절제술 등 각종 수술이 등장했지만, 부작용이 크고 효과도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 70년간 무려 2만6000가지의 다이어트 방법이 유행하다 저물었다.
3. 머스크도 효과 본 위고비…연 1000만원 들어도 품절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던 비만 치료제는 우연한 계기로 개발됐다. 노보노디스크가 2017년 출시한 삭센다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였다. 그런데 이를 투약한 환자에게 체중 감량 효과가 발견돼 용량 변경 후 재출시됐다. 주요 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제제는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하게 만든 약물로,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이후 출시한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68주 투약 시 약 17%)가 두 배 가까이 향상됐고, 편의성도 개선됐다. 삭센다는 1일 1회 투약해야 했지만 위고비는 1주일에 1회만 사용하면 된다. 젭바운드 역시 72주 사용 시 체중의 21%를 감량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 치료제는 이제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다. 위고비는 미국·덴마크·노르웨이·독일·영국·아이슬란드·스위스·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이어 지난달 22일 일본에 출시됐다. 아홉 번째 진출국이자 아시아 최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일본보다 한 달 늦은 지난해 4월 위고비를 허가했지만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젭바운드의 경우 지난해 말 미국에서만 판매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지난해 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에 이제 ‘고점’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온다. 특히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삭센다의 특허가 만료돼 당장 올해부터 주요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 위고비는 2032년 특허가 만료된다.
4. 일라이릴리, 제약주 1위로…알약 나오면 ‘게임 체인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알약(경구형) 치료제의 개발 여부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직접 몸을 찌르는 바늘을 꺼리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주사형 치료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먹는 경구형 비만 치료제가 나온다면,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다음 달 경구용 치료제 임상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하루 두 번 먹는 알약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제2의 노보노디스크’를 선점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는 게레스하이머(독일), 사토리우스(독일), 스캔그룹(스위스), 산도즈그룹(스위스) 등 4곳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꼽았다. 이 회사들은 위고비와 비슷한 계열의 복제약을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 베렌베르크는 이들 제약사가 앞으로 20~44%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로 꼽힌다. LG화학·유한양행·대웅제약 등도 비만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위고비 등장 이후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 주가는 23%가량 하락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가정의 음식물 섭취는 6~9%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스낵 기업 등은 비만치료 약물 사용 증가로 가장 큰 실적 악화 위험에 처했다”며 “2035년까지 소비가 최대 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외의 수혜주로는 항공사가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승객 체중이 평균 10파운드(4.5㎏) 감소할 경우 항공 연료비를 연간 8000만 달러(약 1066억원)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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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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