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미논란' 전지예 뽑은 野비례 심사위, 과반이 친북단체 추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 비례 후보 내정자였던 전지예 전 서울과기대 총학생회장과 정영이 전 전남 구례군 죽정리 이장이 12일 사퇴했다. 지난 10일 공개오디션을 거쳐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여성 후보로 뽑힌 지 이틀 만이다. 둘은 후보 선출 직후 ‘반미(反美) 후보’ 논란에 휩싸였다.
전 전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민사회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보수 언론이 저를 ‘종북, 반미단체 출신’이라며 낙인찍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골적인 종북 인사’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민경선의 취지를 폄훼했다”고 반발했다. 정 전 이장도 사퇴 의사를 전하면서 “종북몰이 희생양이 되는 현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11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주연합 후보 논란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연합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책임을 갖고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진보당에 3석을 줬으면 됐지, 시민단체 몫까지 반미 성향 단체가 가져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전 전 회장은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 등을 벌인 ‘겨레하나’에서 활동한 바 있다. 정 전 이장도 경북 성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에 참여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시민단체 몫 후보 결정 과정은 처음부터 반미 단체들의 입김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배점이 가장 큰 심사위원 평가(50%)는 1~6등까지 10점씩 차등을 두었지만, 100명 국민심사단 평가(30%)는 각 배점 간격이 6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 문자투표(20%)는 5000표만 모으면 만점이 부여돼 변별력이 약했다. 오디션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름만 ‘국민 후보’지 심사위원들끼리 정했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채점표에 따르면, 여성 1위였던 전 전 회장은 심사위원 36명 가운데 절반인 18표를 받아 50점을 따냈다. 여성 2위 정 전 이장은 15표로 40점이었다. 전 전 회장과 정 전 이장은 국민심사단 평가에선 각각 5위와 4위에 그쳤으나, 최종 순위는 결국 심사위원 투표 순서로 결정됐다. 남성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26표)와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13표) 순서로 심사위원 표결이 이뤄졌고, 이는 그대로 최종 순위가 됐다.
문제는 순위 결정권을 쥔 심사위원단이 친북·좌파 단체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6명의 심사위원은 한국진보연대 10명, 전국비상시국회의 10명, 시민단체 10명, 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 각 2명씩 추천해 구성했다”고 전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이른바 ‘광우병 시위’를 주도하고 천안함 폭침 재조사를 주장한 친북·반미 성향 단체다. 전국비상시국회의 몫은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이 주도했는데, 조 이사장은 이적단체 조국통일범민족연합에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사실상 두 단체가 결정권을 가지는 구조였다.
이런 탓에 과거 친북·좌파 단체와 인연이 없거나 불화했던 후보들이 불이익을 입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나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이들과 인연이 없는 경우다. 과거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해 이들의 공적이 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낙마 타깃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진보 단체 관계자는 “심사위원단 상당수가 전국연합 쪽 인물로 구성됐다”며 “여성 명부에서 친북 성향 단체 출신을 밀어줬다면, 남성 명부에서는 거리감 있는 인물을 배제하는 역(逆)선택 투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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